[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비상 상황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식적인 대처로는 상황을 돌파하지 못한다.


 정주영의 유조선과 레비 스트라우스의 천막이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좋은 사례다. 서산간척지 물막이 공사가 막바지일 때다. 200여m만 더 막으면 되는데 제방공사를 마무리 하는 게 불가능 했다. 물살이 빨라져 흙을 아무리 쏟아도 모두 쓸려 내려갔다. 정주영은 폐유조선을 침몰시켜 물살을 막고 물막이 공사를 성공시킨다. 장사가 안 돼 고생하던 천막장사 레비 스트라우스는 천막으로 청바지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성공 신화도 어려울 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탄생했다.

 세계경제는 지금 미증유의 어려움에 빠져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제 열강 모두가 제로금리 정책과 화폐살포 정책을 쓰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는 미미한 회복 기미를 보일 뿐이다. 돈을 푸는 데도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세계경제에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다. 과잉생산과 양극화 때문이다. 양극화에 따라 기업과 부자들은 돈을 쌓아놓고 중산층 이하 계층은 가난해져 씀씀이를 줄이는 게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 요인이다.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성장은 더 정체돼 있고 양극화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0%대 물가 상승이 석 달째 지속 되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안쓰러운 중산층과 서민들이 씀씀이를 줄인 게 내수 위축과 물가 안정의 하나의 요인이다.

 통화신용 당국인 한국은행이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은의 핏속에는 물가 안정과 한은 독립이란 유전자가 똬리를 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자본을 축적해왔다. 이에 맞서 물가 안정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고 서민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재산과 소득을 지켜야 하는 게 한은의 몫이었다. 한은법 1조에 물가 안정이 설립 목적이라고 써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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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상황이 변화했다. 물가는 안정돼 있고 디플레이션 징후도 보인다. 금리 인하도 생각해 볼 때다. 금리 인하에 타고난 거부감은 없는지 돌아보자는 얘기다.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이 없다면 소득재분배 효과로 빚쟁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한다. 소득 감소로 빚을 막기 위해 빚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는 채권자로부터 채무자에게 부를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큰 논쟁을 일으켰다.


 기름을 나르던 유조선이 공사판에 사용됐고 천막천이 세계적 청바지로 변신했다. 한은이 금리 정책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득 정책으로 쓸 수도 있는 일이다. 금리에 대한 결정은 한은 몫이지만 역발상도 필요한 시기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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