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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저자]유은실 "동화, 삶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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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책과 저자]유은실 "동화, 삶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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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이의 인성, 사회성, 상상력 향상 등을 위해 동심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문학 장르다. 대개 사람들은 동화를 어린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대표 동화작가 유은실(사진)의 작품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최근에 내놓은 '일수의 탄생'(비룡소 출간)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소통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수의 탄생'은 12년간 품었던 얘기다. 있는 듯 없는 듯 보통인 아이가 겪는 슬픔, 즐거움, 태어난 순간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일수의 탄생'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만을 그리지 않고, 삼십 대 청년이 된 일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등단하기 전부터 품은 이야기로 무려 12년새 쓰고, 덮어 두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작가와 함께 성장한 셈이다.

유 작가는 "내가 작가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일수의 모습과 비슷하다. '일수의 탄생'에는 내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내 컴퓨터에는 '글무덤'이라는 폴더가 있다. 올 봄에 그 폴더에서 꺼낸 얘기들을 정리하게 됐다"고 오랜 동안 간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장편으로는 3년 만에 내놓는 것으로 행운의 7이 두 개나 겹치는 7월 7일생 일수의 독특하고도 웃음꽃 터지는 성장기다.

이 책은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가온다. 유은실 동화의 매력이 물씬한 작품이다.
"전에는 모든 게 분명했는데, 요즘은 분명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내 고민은 사춘기 때 하는 거래. 서른이 넘었는데 이제 사춘기란 말야 ?"(본문 중에서)

이런 질문은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늘상 존재한다. '내가 누구지?', '나의 쓸모는 누가 정하지 ?', '내 좌우명은 무엇이지 ?' 등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겪는 질문들을 통해 삶의 과정을 따스한 눈길로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마치 이야기 전체가 마치 옛 이야기를 읽는 듯 하다. 문장이 구어체로 이뤄진 까닭이다. 또한 구수한 해학과 풍자가 깃들어 쉽게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웃음 뒤에는 끊임없이 자기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알아가는 일수의 이야기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꼭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짠한 감동을 준다.

유 작가는 등단 이래 9여년 동안 작품을 부지런히 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고 있다. 한국어린이도서상, 아이비비와이(IBBY) 어너리스트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장편동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마지막 이벤트','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등을 통해 때론 따듯한 유년동화의 진수를, 때론 아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보여줬다.

연작 동화집 '우리 동네 미자씨'에선 어른을 주인공으로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반면 저학년 동화 '나도 편식할 거야','나도 예민할 거야'에선 너무 많이 먹거나 예민하지 못해 고민인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카멜레온처럼 작품마다 보여 주는 다양한 색깔의 변신은 특히 단편동화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동화작가가 하지 말아야할 것이 인생에 대한 냉소다. 엉망진창인 상태에서도 빛나는 유머가 있고 자기만의 중심이 있다. 나는 실패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쓴 편이다. 꼭 성공하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동화일 수는 없다. 그걸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보지 않을 때 정작 실패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 작가가 자신의 동화를 바라보는 소견이다. 유 작가는 일수의 성장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하면 된다고만 우기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건 우리의 쓸모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오래된 외로움으로 어떤 아이를 꼭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굴 껍데기가 자갈처럼 깔린 바닷가 마을, 굴 껍데기 밟는 소리에 얼굴을 붉히는 감나무, 서걱 서걱 늙어가는 가을 갈대, 아름다운 생명이 마음으로 스며든다. 이곳에서는 나도 사람이 아닌 존재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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