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도심 공원, 낡고 허름한 빗물 저장고, 공장 터, 옛 공공청사 등 수많은 도심 구성요소들이 재생을 필요로 한다. 이런 곳에 공공예술이라는 인문경관을 더함으로써 사회적 삶의 배경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작업은 이미 도시정책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서울 용산 철도청 부지 재개발, 청계천 복원, 한강 르네상스 및 세종로 광장 조성 등 도시 프로젝트는 문화에 대한 권력적 지배가 관철된 사례들이다.


특히 용산철도청 부지 개발은 150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한 수십개의 건물이 수변공간이라는 문화적 테마를 독점, 공공성을 말살하고 있다. 특히 28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의 메가 프로젝트라는 허울은 도시를 풍요롭고 신명나야할 일상 문화를 철저히 배제시킨다. 즉 문화권력과 상업자본의 결탁은 도시 구성원 전체가 공유해야할 소통, 교감이라는 문화 요소를 고사시키는데 일조한다.

동대문 플라자센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또한 역사성을 나누며 살아가는 문화공동체를 권력이 파괴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센터의 경우 근대 채육문화의 발상지라는 역사성 및 장소의 문화를 거세, 도심예술문화 및 스토리 자원을 지우고 없앴다. 공공성이 결여된 도심에 디자인, 공공미술, 스토리 복원, 역사성, 경관성, 건축 등 '장소화된 문화 언어'를 문맥에 맞게 사용해야한다는 반성이 뒤따른다. 이에 초보적이기는 하나 공공미술 개념을 도입, 장소문화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신개념 도시재생형 쌈지공원으로 탄생한 부산 도심 중구 남포동 '빗물 저장시설'이 이러한 반성의 산물이다. 남포동 쌈지공원은 예술가의 재능 기부와 건축가, 지자체 등이 협력해 빗물을 투수블럭과 저류조를 통해 녹지 관수 및 공원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쌈지공원에는 빗물이 외부에 오래 머물러 친수공간을 형성하고, 도시경관을 해치던 도로노출시설물을 도시경관조형물 및 시민편의시설로 탈바꿈시킨 신개념 커뮤니티 디자인이 적용됐다.

본래 공원 터는 광복로 입구로 옛 도심의 관문 역할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영도다리, 남포동 거리와 인접해 있다. 그러나 도로 구조물이 돌출돼 도시미관을 해치는 도심속 낙후 공간으로 지목돼 왔다. 이제 쌈지공원은 소외된 공간이 시민의 휴게와 만남의 장소로 탈바꿈하고 도심 속 그린네트워크의 중요 거점 역할을 한다.


현재 공공미술을 통해 도심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작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와 신진작가들의 참여속에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장소인 도시공원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시범사업-도시공원 예술로’를 잔행중이다. 비록 공원 및 작은 시설물에 국한된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함양 상림공원에 미술품이 설치된 모습.

함양 상림공원에 미술품이 설치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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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여가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나무 숲과 오솔길, 체육시설 등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적 특성, 장소의 맥락, 지역 주민의 수요를 반영하거나 미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공원은 드물다. 이러한 도시공원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도시공원이 지역 공동체 복원에 일조하거나 지역주민들에게 예술 향유의 공간으로 되돌려줄 필요성이 제기된다.


충남 계룡 금암공원, 경남 함양 상림공원의 재생은 공원경관과 문화경관을 결합, 공공미술의 기본 철학을 잘 구현하고 있다. 부산 홈티문화공원과 충남 공주 금성동 배수장 역시 문화와 공공시설이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중 홍티공원은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의 한 부분이다. 그저 협소한 공간에 나무 등만 덩그러니 심겨져 있는 곳으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곳은 공단이 들어서기전 낙동강 퇴적층을 이루며 농경이 펼쳐졌다. 홍티공원은 공단과 홍티포구, 아미산 등과 인접해 있다. 이런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두렁길 및 둠벙 등을 조성해 장소성 및 옛 풍경 복원에 들어간다.

부산 홍티공원의 현재 모습.

부산 홍티공원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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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홍티공원 계획 모형.

부산 홍티공원 계획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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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역 작가 및 예술인들이 참여해 실험적이며 생태적인 예술 작품을 결합시켜 커다란 랜드 드로잉을 만들게 된다. 천대광 작가의 '빈 공간, 손몽주 작가의 '바람의 드로잉' 등 수많은 예술품들이 조경과 둠범, 두렁길로 이어지면서 지역 정체성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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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금성동 배수장은 80년대 만들어진 재난시설로 나무와 펜스로 둘러져 있으며 깊게 패인 저수조는 하천 및 하수도 정비로 기능이 퇴색해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다. 이곳에 초대된 건축가, 작가, 기획자, 구조공학자, 조경가 등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배수장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하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적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죽은 공간이 되살아날뿐만 아니라 저수조는 예전처럼 재난 역할을 그대로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공주 금성동 배수장 옛 모습.

공주 금성동 배수장 옛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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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금성동 배수장 계획 후의 전경.

공주 금성동 배수장 계획 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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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금암공원은 아파트 지구내 설치된 공원으로 수종이 풍부해 산책로 기능을 수행하는 지극히 평범한 공원이다. 여기에 여러 작가들이 지역민들의 우연한 만남을 상징하는 조형의자, 서로 마주 보는 인체상, 옹기토를 기와로 구워 겹겹이 쌓은 비선형적 펜스 등 다양한 작품을 설치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회복을 꾀하고 있다. 계룡 프로젝트 조주연 기획자는 "공공미술과 공원이 결합된 이후 주민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며 "공공미술이 지역성과 커뮤니티 회복에 기여, 공원이 시민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룡 금암공원 옛 모습.

계룡 금암공원 옛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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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금암공원 공공미술 설치 후의 모습.

계룡 금암공원 공공미술 설치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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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등을 통해 도심 내 공원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한 이번 작업은 기획과 작품 설치, 정산까지 1년내에 진행되는 빠듯한 일정에서 벗어나 지역 조사, 기획 등 2년 과정으로 마련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장소 선정, 기획자 선정, 기획 초안 작성 및 심화까지를 첫해에 마치고 2년 차에는 실행계획을 조율해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그램을 설계에서부터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말 새로운 모델의 도심 재생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예술위원회는 지난해말 사업대상지와 기획안을 미리 전시, 진행과정 공론화와 함께 통상적인 공공미술의 설치과정을 재점검했다. 어느 날 갑자기 동네에 공공미술이 들어선 것에 주민들이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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