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말하는 건축가'에 이어 두번째 건축 다큐 '말하는 건축 시티:홀'

정재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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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재은 감독의 건축 다큐 3부작 중 두번째 작품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이하 '시티홀)'은 서울시 신청사가 완공되기까지 그 마지막 1년여의 시간을 기록한다. 서울시 신청사는 7년의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흉물', '외계의 건물'이라는 악평에 시달리게 된다. 도대체 서울의 중심부에 누가, 어떻게, 왜, 이런 건축물을 짓게 됐을까.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그 속사정에 대해 정재은 감독은 조용히 카메라를 들이댄다.


지난해 개봉해 '건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말하는 건축가'가 고(故) 정기용 건축가를 내세워 인물중심으로 공공건축에 대한 환기를 시켜줬다면, 이번 '시티홀'은 직접 감독이 현장을 챙기면서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의아한 것은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가 없지만, 그 과정이 모인 결과물은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만 한다. 영화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시청을 원했던 것일까', 혹은 '내가 설계자라면 서울 시청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한 번 고민해보게 만든다.

▲ 서울시 주무관에서부터 건설사, 설계사무소 등 다양한 현장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촬영협조를 얻어내기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설계자인 유걸 선생님의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하고 들어갔다. 그러다 촬영 범위가 계속 넓혀지니까 시청 측에서도 불안했던지 내용을 어떻게 다룰 거냐고 하더라. 찍다 보니 서울시청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라고 시청을 찍겠다고 얘기했더니, 다시 공문을 받아서 처리하리고 하더라. 그 때는 이미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놓은 상황이고, '말하는 건축가'로 인정을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겨우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찍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못 넣은 부분들이 많다. 완공을 마치고 난 후에도 관계자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다들 거절했다.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 중에서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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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완성본을 보고 난 후의 서울시 등의 반응은 어땠나?
-초상권이 관련돼있기 때문에 영화에 나온 분들에게 '당신이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보여줬다. 그 정도는 보여주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고맙다는 분위기였다. 왜냐면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영화의 화두가 서울시청의 건축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해보자는 것이었으니까. 복잡한 프로젝트를 영화로 정리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다.

▲ 전작 '말하는 건축가'를 찍을 당시와 이번 '시티홀'을 찍을 때와 '건축'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다.
-'말하는 건축가'가 건축 초급이었다면 이번은 '중급' 과정같다. 전작은 왠지 신입생의 마음으로 건축가가 왠지 멋있을 것 같은, 그런 측면에서 접근을 했다. 두번째 영화를 하면서는 내가 있는 영화판이나 여기나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현장도 엄청난 생활과 생존의 현장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시공사, 건축가, 감리, 디자인 등 이런 부분을 보다 입체적이고 사회적으로 느끼게 됐다.


▲ 서울시청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공공건축을 턴키(설계 시공 일괄 입찰)로 한다는 거 자체가 건축을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욕망 중 하나가 '멋지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턴키로 밀어붙이면 그런 건축물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거다. '아름다운' 건축물에는 개인의 의도와 개인의 생각, 개인의 미적인 감각이 투사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겉모습과 형태, 디자인만을 가지고 턴키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굉장한 오류다.


▲ 영화를 보고 4개 후보작 가운데 어떤 설계도가 더 서울시청의 모습으로 적합했을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사실 그 (시청) 자리가 어려운 자리고, 공간도 뭘 들이기에 힘든 곳이다. 아마 눈에 안띄고 평범하게 설계를 했어도 비난받았을 것이다. 상징하는 것도 없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때때로 그런 생각도 한다. 유걸 선생의 건축물을 서울시청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다른 후보작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건축적인 의식을 더 높이는 일인 거 같다 .


▲ 서울시청을 다룬다고 했을 때 영화 속에서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반응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서울시 신청사 프로젝트에만 집중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책이나 이런 것에는 내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어도 섣부르게 얘기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입장도 아니고. 다만 오세훈 전 시장이 '보다 디자인된'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보인 부분은 좋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턴키'다. 턴키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한 그 과정이 문제다.


▲ 공사 현장의 모습과 서울시청 광장의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시청이 중요한 이유는 광장 때문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 별의별이 다 있었다. 싸이가 공연을 했고, 월드컵 응원전도 있었다. 파업에 돌입한 택시기사들이 서울시청을 다 둘러싸기도 했고, 농민들의 FTA반대 집회도 열렸다. 공사를 하고 있는 도중, 광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틈틈이 보여주자고 했다.


영화 '말하는 건축 : 시티 홀' 중에서

영화 '말하는 건축 : 시티 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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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고 싶었는데 못찍었던 인터뷰가 있나?
-당연히 오세훈 전 시장이다. 저 시청건물을 볼 때의 소감은 어떤지, 그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못 찍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시장선거 이후 영국에 있었다.) 또 박원순 시장 인터뷰도 하고 싶었다. 시청을 사용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또 어떤 소감인지. 이들 뿐만 아니라 시장에 재임했던 분들은 다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좀 더 건축다큐이 대가가 된 다음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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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자인 유걸 건축가는 옆에서 보니까 어떤 캐릭터인가?
-유연하시면서도 고집이 센 분이다. 사람들을 잘 설득하기도 하고. 배우는 점이 많았다. 유걸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모든 건축물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싫든 좋든 간에 멈춰 서서 볼 수밖에 없는 건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선생님의 생각이다.


▲ '건축'에 대해, 특히 '공공건축'에 대해 나름의 철학이 세워졌을 것 같다.
- 공공건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 공공건축'이 중요하다. 기업이 만든 갤러리나 건축물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돈을 내야한다. 그래서 공공건축물은 더 아름답게 잘 지어야 한다.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공간이면서도,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 돼야 한다. 전국의 시립도서관, 미술관 등이 보다 아름다워져야 한다. 영화에서 아깝게 담지 못한 인터뷰는 나중에 책으로 엮을 것이다. 이 작업까지 하는 게 영화의 완성일 거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을 만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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