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자금인 총액한도대출이 은행들의 돈놀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들이 제도의 취지와 무색하게 저리에 돈을 빌려간 뒤 높은 이자를 붙여 기업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고마진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현 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바로잡고, 이름도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1일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며 한은에서 1%대 초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은 다음 지나치게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 고마진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마련된 자금이 매년 수백억원씩 대기업에 흘러들어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7월 말 현재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자금을 지원받아 연 5.13%의 이자로 무역금융 자금을 빌려줬지만, 당시 중소기업 대출의 평균 금리는 4.9%였다"면서 "저리 자금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에 풀었던 총액한도대출 재원의 금리가 외려 0.23%포인트나 비쌌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총액한도대출 자금을 풀 때 붙인 이자는 1.0%에 불과하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은행들은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와 앉은 자리에서 4.13%포인트에 이르는 이자 차액을 챙긴 셈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은행들이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0% 수준까지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달리 적용했다"면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단순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 돕자고 마련한 총액한도대출 자금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은행들이 대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뒤 '중소기업에 대출했다'며 허위 보고한 금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일평균 491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이 제값 주고 조달한 자금을 풀어 예대마진을 높였다면 이를 탓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공짜나 다름없는 이자로 푼 돈을 고마진의 수단으로 삼았다면 도덕적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돈만 풀어놓고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한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의원은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푸는 저금리 자금에 시중은행들이 비싼 이자를 붙여 고마진을 챙기는 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라면서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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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 총재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총액한도대출 제도의 개선을 약속했다. 김 총재는 전날 "신용정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와 금융시장의 가격결정 과정 왜곡, 정책 불확실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자금지원 프로그램의 성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총재는 아울러 쉽게 이해되지 않는 총액한도대출의 이름도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에 지원할 자금을 한은이 연계해(mediated) 대출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보다 간명하게 이름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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