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저사람 능력은 있어…하지만 왜 못 미덥지?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신뢰가 답이다'
조직변화 컨설턴트인 저자 'ABCE 신뢰모델' 우화로 소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너를 신뢰한다고? 아니. 담장 아래 통로를 만들어준 거, 그리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보물(물고기)을 가져다준 거, 모두 고마워.…하지만 네가 그런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내가 너를 당연히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시골마을 베리힐 씨 집에 사는 고양이 '위스커스'가 개 '우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프가 아무리 칭찬받을 일을 해도 위스커스는 뭔가 탐탁찮다. 신뢰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쌓아지는 게 아닌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베스트셀러 작가 켄 블랜차드가 이번엔 '신뢰'를 화두로 던졌다. 개인적인 삶은 물론, 기업과 사회를 넘어 국제적인 상황마저도 분열되고 양극화되고 있는 시대에 '신뢰'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신뢰를 형성하려면 무엇을 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신뢰가 답이다'라는 책으로 'ABCD 신뢰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A는 능력(Able), B는 정직(Believable), C는 '서로 연결돼 있음'(Connected), D는 '지속적으로 믿을 만한(Dependable)을 뜻한다. 책에서는 이 신뢰모델을 고양이와 개를 주인공으로 한 재밌는 우화를 빌어 소개하고 있다.
베리힐 씨 가족 중에는 앵무새, 햄스터도 등장하는데 이 중 가장 나이가 지긋하고 현명한 앵무새 프레슬리의 한마디는 신뢰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팀 전체로서 서로를의지하는 한편 모두를 위해 기꺼이 나서게 될 때, 우리는 신뢰의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 책은 이처럼 신뢰형성의 법칙을 우화로 풀어내면서, 각 조건에 방해가 되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알려준다. 친절하게도 신뢰의 ABCD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각 조건별 시험지까지 첨부해뒀다.
조직변화 컨설턴트인 저자는 언젠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다. 그때 문득 '신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뢰'의 요건을 탐색하기에 이른다. 6년 동안 자료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경영자(CEO)들과 매니저들 그리고 여러 인사들을 인터뷰하며 확신을 얻게 됐다. '신뢰는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저자는 신뢰를 쌓는 행동과 무너뜨리는 행동에 관해 의견을 묻고 그 대답을 정리하면서 네 가지 신뢰모델을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되는 조건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우화를 통해 무겁지 않게 신뢰형성의 방법을 담아 읽기 편하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신뢰형성의 ABCD'라는 틀로 공식화한 것에 불과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저자가 신뢰를 탐구했던 과정과 연구 방법들이 좀 더 세밀하게 녹아 있다면 더 좋았었을 듯하다. <신뢰가 답이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더숲. 1만2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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