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태국 방콕의 어느 가설시장에는 '가짜 치아교정기'만을 판매하는 노점이 있다. 대부분 십대 여자 아이들이 사 가는데, 꽤 많이 팔린다고 한다. 실제로 입안에 이것을 끼우고 다닌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이자 이노베이션 컨설팅 회사인 '프로그(frog)'의 최고책임연구원인 얀 칩체이스는 "입에 철 조각을 끼워놓고 그 아픔과 불편함을 참아낼 정도라면 그것을 외모에 대한 정당한 투자의 대가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가짜 치아교정기는 치아를 교정시킬 수 없지만 언젠가 고른 치아의 모습을 하게 되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착용자나 착용자의 부모가 치아 교정기 같은 사치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어느 날엔 미국 유타 주에서 일요예배에 참석하고, 도쿄 대규모 건축자재 마트의 통로를 누비다가 중국 청두의 19금 동영상 암거래 시장을 기웃거린다. 말레이시아에서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혼잡한 출퇴근길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것이 그의 업무다. 이처럼 그는 세상 곳곳을 누비며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관찰한 결과 스스로 25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노키아에서 근무하던 때는 "향후 10년 동안 나올 노키아 제품은 모두 칩체이스의 눈에서 나온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저자는 책에서 "일상화된 것들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세계 시장의 문을 열어젖힐 도화선을 발견할 수 있다"며 "내 목적은 고객사가 뚜렷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만한 기회를 감지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위너스북, 1만5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