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술의 자존심 키운 이오시스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따라 1965년부터 수출공업단지를 조성한다. 단지 중 하나가 주안공단이라고 불리는 인천의 5, 6단지다. 중소기업으로서 30만달러 방산수출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이오시스템을 만나보기 위해 지난달 29일 주안공단을 찾았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2차선 도로를 가운데 두고 공장들이 마주보고 있었다. 얼듯 보기에는 공단내 공장들은 모두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오시스템 입구에 들어서자 특이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오시스 cafe'. 일반 커피전문점과 같이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가 단지안에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었지만 이오시스템 임원들이 매일아침 이곳에서 회의를 한다는 것이 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벤처기업을 연상케 했다.
이오시스템 관계자는 "이곳에서 임원회의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시중커피의 10%의 가격만 받고 수익금은 매년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들려줬다.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찾아간 곳은 공장동. 공장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클린룸을 거쳐야 했다. 클린룸은 옷에 묻은 먼지를 모두 제거하는 2평크기의 공간으로 반도체회사처럼 에어샤워가 작동했다.
이곳을 거쳐 들어간 곳은 가공실. 이곳에서는 게르마늄재료로 적외선 렌즈를 가공하기 위해 10여대의 기계를 쉴새없이 가동시키고 있었다. 기자가 마치 안경점의 안경렌즈를 다듬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관계자는 "군의 소요량에 따라 크기, 재질, 용도에 맞춰 소량생산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찍어내는 렌즈와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밀가공을 보여주겠다며 데리고 간 곳은 코팅작업실. 유리를 통과하는 빛은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으로 나뉜다. 관계자는 "이곳에서 어떻게 코팅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3가지 빛을 구분해 투과시킬 수 있다"며 "일반유리의 빛 투과율이 92%라면 코팅기술 하나로 98%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무인정찰기나 인공위성에서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성능을 발휘한다.
이오시스템은 이런 기술을 토대로 단안형 야간투시경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국방기술품질원에서 기술을 인정해 DQ마크제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효과는 수출로 이어졌다. 단안형 야간투시경은 콜롬비아 등에 2100만 달러 어치가 수출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립실로 자리를 옮기자 익숙한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 10대명품무기로 손꼽히는 K-11복합소총의 핵심장비인 사통장치였다. 사통장치는 밤에도 적을 볼 수 있는 열상광학계, 주간광학계와 레이저거리측정기(LRF)로 구성됐다.
레이저거리측정기는 표적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레이저로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다. 이 장비로 K-11은 벽뒤에 숨어있는 적과의 거리를 계산해 탄약을 공중에서 폭발시킨다. 사통장치는 미국에서도 전력화에 실패한 고난도 기술이다.
열영상장비의 핵심기술은 다이오드레이저거리측정기(DLRF)로 이어졌다. DLRF는 독일과 이스라엘만 보유하고 있는 첨단장비로 국내 대기업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일반적인 레이저보다 부피는 20%, 측정거리는 120%, 가격은 30%정도여서 '방산수출 효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인섭 연구소장은 "이오시스템이 생산하고 있는 주간ㆍ열상광학계는 레이저광학기술과 60%가 비슷하다"며 "다른 나라 제품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오시스템의기술은 민수산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UV카메라다. UV카메라는 고압선에서 방전되는 부분을 잡아낸다. 이 기술은 전투기가 적이 발사한 미사일의 열 등을 발견하는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공장을 둘러보고 빠져나와 생산동을 다시보니 공단의 일반건물과 똑같이 보이던 건물이 새롭게만 보였다. 작은 건물이었지만 첨단기술의 집합체였다. 한국 군이 자랑스러워하는 명품무기의 탄생과 방산수출의 중심에 이오시스템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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