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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가니’ 성폭행 행정실장 징역 8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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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형 가볍지만 어쩔 수 없이 이해···장애인 상대 성범죄 더 무겁게 처벌해야”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법원이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성폭행 가해자의 실제 인물인 광주인화학교 전 행정실장에 대해 항소심에서 감형된 징역 8년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피해자 측은 뒤늦게나마 처벌이 가해진 데 수긍하면서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더 강하게 처벌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5일 강간치상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흉기상해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광주인화학교 행정실장(65)에 대해 징역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공개·고지 및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차례 묻힐 뻔했던,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여만이다.
대법원은 통상 주문만 낭독하던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수화통역인을 입장시켜 공소요지부터 차례로 읽어나갔다. 대법원은 “병원 진료기록과 피해자 및 인화학교 교사들의 진술, 병원 감정 결과 등 1·2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따르면 김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씨는 2005년 4월 생활시설인 인화원에 살고 있던 인화학교 중등부 3학년 A양을 행정실로 데려가 문을 잠근 뒤 손·발 등을 묶어 놓고 강간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은 청각장애 2급, 언어·지적장애 등 종합장애 2급으로 제대로 된 반항은커녕 성폭행을 당하고도 스스로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김씨는 또 우연히 자신의 성폭행 장면을 목격한 고모군을 밀실로 데려가 깨진 병을 휘두르고 몽둥이로 내려친 혐의도 받았다.
이날 법정을 찾은 A양의 어머니는 대법원 선고가 끝나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만족스러운 판결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로서 이해하겠다”고 수화로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온 서만길 인화학교 총동문회장은 “세상 물정도 모르고 신체에 장애를 가진 공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고통을 준 김씨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행의 경우 일반인의 성범죄보다 더 강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높다”고 소리는 없지만 강한 손길로 수화를 통해 강조했다.

김씨의 A양에 대한 범행은 2006년 광주지검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며 그대로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소설가 공지영 원작 영화 ‘도가니’의 흥행과 더불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검·경 재수사를 거쳐 지난해 초 결국 김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선 유죄를 입증할 직접증거로 A양의 진술이 유일해, “행정실에서 노끈으로 양손을 묶인 상태에서 김씨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양의 일부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인정되고, 전체 진술 중 그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과장된 표현 등 여러 사정들이 있더라도 A양이 가진 장애의 내용과 그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은 이어 “피해자를 보호·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매우 가학적·변태적 방법으로 범행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육체·정신적 충격으로 학교를 자퇴해 대학진학 등 바라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된 A양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7월 김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정보공개·고지 및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2심 역시 김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비슷한 시기의 범행들에 관해 3차례에 걸쳐 재판 및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8년으로 형을 낮췄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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