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RP 외면하는 증권사
고객확보 역마진 감수 손실커져 이달 새상품 '0'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1ㆍ4분기 증권가 인기 상품으로 자리했던 환매조건부채권(RP) 열기가 한 풀 꺾이고 있다. 고객에게 연 4~5% 수익률을 보장해주며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팔릴수록 운용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판매를 자제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 증권사들의 판매경쟁 과열을 우려한 금융감독당국이 실태파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RP상품을 새롭게 출시한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한 특판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증시 거래대금이 3조원대로 내려앉는 등 영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달 시중자금 유치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 입장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2012회계연도 4ㆍ4분기 자금유치 실적을 끌어올리고, 올해 신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한 측면이 강하다.
증권업계는 6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2.5%선인 상황에서 RP용도로 자금을 아무리 잘 굴려도 연 2.7% 수준의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고객에게 연 5%의 수익을 약속했다면 연 2.3% 만큼의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모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회사가 손익을 떠안기로 마음먹고 판매한 이벤트성 상품으로, 계속해서 팔 수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운용상황이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판매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재무건전성 지표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RP 제재를 검토하고 나섰다.
증권사 채권상품 판매담당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RP 운용실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구두 통보해왔다"며 "RP금리의 빠른 하락으로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RP 상품의 인기는 상한가를 달렸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6일 신규 및 휴면고객, '100세 시대 플러스인컴 랩'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연 5.0% 수익률의 91일물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고객당 1억 원 한도로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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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지난 2월 1억원 이상 맡기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연 4% 금리를 제공하는 RP 300억원 어치를 내놨는데 일주일 만에 절판됐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연 4%의 RP 상품은 출시 한달동안 1294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용어설명>
RP는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일정기간 후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금융상품이다. 국채, 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등이 그 대상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종합금융사 등이 자체보유 채권을 담보로 쌓아두고 담보채권의 금액범위 내에서 거래고객에게 일정 시점(통상 6개월) 이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담보 채권을 쪼개서 판매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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