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강국 말레이사아 <下>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쌍용건설현장의 근로자들.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쌍용건설현장의 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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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의 영예를 3년간 안았던 홍콩이 지난해 4위로 뒷걸음질쳤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IPO 유치 1위는 미국 뉴욕주식시장이었고 미국 나스닥과 도쿄주식시장이 2위와 3위였다.모두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역량을 인정받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5위가 의외였다. 동남아시아의 변방이라는 말레이시아가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가치면에서 1년전 15위에 그쳤던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정부 기금이 주식시장에 몰려든 데다 말레이시아의 벤치마크 지수인 말레이시아 FTSE KLCI지수가 10%나 상승한 게 말레이시아를 세계적인 기업 공개의 장으로 변신시킨 견인차였다.


현금이 풍부한 말레이시아의 주요 국부펀드들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늘렸다.근로자공제기금(EPF)을 비롯한 말레이시아의 국부펀드들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최대 팜오일 업체인 펠다와 아시아 최대 병원 운영업체인 IHH 헬스케어의 상장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펠다와 IHH 헬스케어는 각각 31억달러, 20억달러를 끌어모았다.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2위와 3위 규모였다. IHH헬스케어는 아시아권에서 상장된 병원운영업체 중 최대다.


두 회사가 이같은 대형 IPO를 성사시킨 것은 말레이사아 자본시장의 역량이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면 연기금들이 이를 받아내 시장의 안전판을 이루고, 국내기업이 성장해 상장하다 보니 IPO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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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주식시장은 올해도 지난해의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말라코프와 웨스트포트는 각각 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웨스트포트는 말레이시아 최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항만 운영회사다. 대기업 UMW홀딩스도 5억달러를, 남부 조호르주 부동산을 개발하는 이스칸다워터프론트홀딩스(IWH)도 3억달러를 IPO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슬람 금융 허브라는 사실도 말레이시아 자본시장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5%인 무슬림 자금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간다. 겉으로는 뉴욕과 런던, 홍콩, 도쿄같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금시장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그에 맞먹는 역량을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수쿠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2년 처음으로 수쿠크를 발행하기 시작한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세계 최대 수쿠크 발행국이 됐다.지난해 말레이시아가 발행한 수쿠크 규모는 세계 수쿠크 규모의 75%인 805억달러나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압도했다.


이슬람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세운 국제 기구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 본부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는 사실은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임을 웅변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금융회사들이 지점을 설치하려고 해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정한 1000억원의 자본금 요건을 갖춰야 한다.한국 금융사들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말레이시아에 대한 진출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다.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기.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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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급성장하는 말레이시아 금융 시장을 손놓고 볼 수만 없다는 게 우리 금융회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본 은행들은 자국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일본 기업들을 따라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일본 은행들은 자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금융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 지자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물론 한국기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오 우리투자증권 쿠알라룸푸르 사무소장은 "금융분야에서는 한국보다 앞서있다는 말레이시아사람들의 자긍심이 크다"면서 "이곳에서 일을 하려면 상당기간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동료가 돼야한다. 말레이시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에 투자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은 제주도 리조트 사업에 2조3000여 억 원을 투자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2위 투자은행인 CIMB도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정윤수 KOTRA 차장은 "알게모르게 많은 장벽이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뇌물수수 관행이다.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부패 감시기구 '국제투명성기구'가 최근 전 세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부패도를 조사한 결과 말레최하위로 나타났다.'지난 1년 동안 경쟁사의 뇌물공여로 계약을 따내지 못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말레이시아 기업인이 무려 50%나 됐다.


오랫동안 부패로 몸살을 앓아온 인도네시아 조차 말레이시아보다 기업 투명성이 월등히 높다는 조사결과는 말레이시아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009년 취임한 나지브 총리가 부패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페트로나스 트윈빌딩내 쇼핑몰.

페트로나스 트윈빌딩내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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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화상(華商)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임금인상과 구인도 고민거리다.KOTRA측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올해 부터 최저임금을 일제히 44%나 인상해 기업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 당국은 임금 인상이 탄탄한 중산층을 만든다는 논리를 세우지만 당장 기업인들은 비용증가에 죽을 맛이다.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런 정책의 영 향이 더 크다.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쌍용건설 현장도 방글라시아, 인도네시아 출신근로자들이 건설을 도맡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임금인상 조치로 사람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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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국만의 장점을 살린다면 진출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3년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IT업무에 종사하다 MK테크라는 시스템 통합업체를 운영중인 권철기 사장(사진)은 말레이시아에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권 사장은 "말레이시아는 대중교통이 열악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MK테크의 권철기 사장이 말레이시아 IT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K테크의 권철기 사장이 말레이시아 IT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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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LG CNS가 14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시철도(MRT) 통신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한 것은 한국의 발달된 대중교통 시스템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IT시스템을 말레이시아에 접목할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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