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린다, 중동-아시아의 오일머니 정거장
아시아경제가 희망이다 ⑤
한국보다 국가경쟁력 앞선 이 나라를 주목하라
1980년대부터 제조업 기반 체질개선
풍부한 자원 꾸준한 성장, 불황 이겨
쿠알라룸푸르, 세계 유명건축가 전시장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동남아 국가 최초의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F1개최. '산소탱크' 박지성이 속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QPR 구단주의 모국.
요즘 '뜨는 나라' 말레이시아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급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단순히 동남아 국가로 이해한다면 말레이시아의 국가위상과 변신노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수의 조사 기관들은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보다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앞선다고 평가할 정도다. 스위스의 국가경영개발원(IMD)은 2012년도 말레이시아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14위로 평가했다. 한국(22위)를 제친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로 처음 G20 국가로 성장한 인도네시아(42위)와도 격차를 크게 벌렸다.
머서(Mercer) 컨설팅이 전세계 221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도시 삶의 질에서도 쿠알라룸프르가 서울보다 앞선 76위(2011년 기준)에 랭크됐다.
말레이시아를 직접 찾아 겪어본 현지의 모습도 이같은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지난해 연말 서울에서 6시간을 비행해 방문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는 도시 전체가 활기가 넘쳤다. 전세계에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감이 고조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말레이시아의 상징물로 떠오른 쌍둥이 빌딩으로 유명한 페트로나스 타워내 쇼핑몰에는 연말을 맞아 점심무렵부터 쇼핑인파로 가득했다.식당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벌써 인기 메뉴가 동날 만큼 붐볐다. 조금만 늦으도 자리를 잡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몰렸다. 최근 문을 연 한국식당에도 길다란 줄이 늘어서 있었다. 호화 상품들로 가득한 상점들에도 쇼핑객들로 가득했다.
쌍동이 빌딩 인근에도 공사현장이 즐비했다.세계적인 호텔체인 포시즌 호텔도 곧 첫 삽을 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리의 모습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전진'을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보평가회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경제규모가 3078억달러, 1인당 소득이 1만578달러로 동남아권 국가로는 처음 1만달러 소득이 벽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말레이시아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며 불황을 빗겨가고 있다. 지난해 4.9% 성장한 데 이어 국내수요, 민간부문 과 공공부문 지출확대 등에 따라 올해에도 4~5%대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각종 기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가스, 팜오일, 고무, 목재, 주석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인 말레이시아가 1980년대부터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KOTRA 쿠알라룸프르 무역관의 정윤서 차장은 "말레이시아는 전기ㆍ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화학제품 및 철강분야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도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말레이시아는 1970년대 부터 페낭등을 중심으로 전자와 반도체 분야 해외 국가의 수출 생산기지로 출발했다. 지금도 파나소닉, 인텔, AMD, 모토로라 등 세계 유수의 전자 반도체 업체들이 현지에서 활동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에는 석유, 천연가스, 고무, 팜유 등 풍부한 천연 자원을 발판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KOTRA측은 설명했다.IT, 바이오산업, 이슬람금융, 관광, 교육 등 첨단기술 집약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동차 산업육성을 위해 국영기업 프로톤을 출범한 것처럼 현 정부는 자국 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건국 수준의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0년 국가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중장기 경제 개발 계획(ETP)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계획이 끝나는 2020년에는 국민 총소득(GNI)을 523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해마다 경제가 최소 6% 이상씩 성장시켜야 달성 가능한 일이다.
계획대로라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20년에는 1만5000달러 이상으로 올라선다. 세계은행의 기준을 적용한 고소득 국가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12개 국가 주력 경제분야(NKEA)를 선정해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팜 오일, 금융서비스, 관광, 비즈니스 서비스, 전자전기, 도소매와 유통업, 교육, 건강, 통신 인프라, 농업과 쿠알라 룸푸르 및 크랑 계곡 개발 사업등이 중점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종교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이슬람 자본의 맹주이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자본의 가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난해 말레이시아가 발행한 수쿠크(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 규모는 805억달러였다. 전세계 시장의 75%를 차지했다. 이슬람의 본고장 사우디아라비아(91억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53억달러)을 밀어냈을 정도다.
중동의 오일 머니가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도 말레이시아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이 나라에게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중동의 부호들에게 말레이시아는 새로운 투자처다. 중동의 부호들이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고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돈이 몰리다 보니 재미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쿠알라룸프르가 전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 전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쌍용건설의 쿠알라룸푸르 르 누벨 레지던스 현장 엄경륜 소장은 "건축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대거 말레이시아 건축물을 디자인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웬만한 수준으로는 현지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쌍용 건설이 싱가로프 부동산 투자 개발사 히타마주로부터 수주해 페트로나스 타워 맞은편에 시공중인 르누벨 레지던스도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했다. 이 건물 역시 중동의 부호들을 상대로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내수 시장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2930만명이다.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는 미얀마의 5140만명에도 크게 못미친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해외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이 내수를 목표로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이말은 곧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말과 같다. 말레이시아 시장 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
인력문제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국민소득이 상승하다 보니 말레이시아 인들은 점차 '3D업무'를 외면하고 있다.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노동 수요가 많지만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이웃 국가에서 인력을 수입해야하는 처지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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