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 전쟁 2년…성과는?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세청이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역외탈세는 해외의 조세피난처들을 이용해 탈세하는 행위로 단순한 세금 탈루 차원을 넘어 국부를 해외로 빼돌린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조세포탈 행위로 지적돼 왔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2년 전 취임 일성으로 "국내에서의 탈세보다 더 악질인 역외탈세를 뿌리 뽑겠다"며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이후 이 청장은 본인이 차장 시절 만든 '역외탈세 추적센터'를 청장이 되면서 '역외탈세 담당관'으로 승격시켜 역외탈세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역외탈세 조사 요원들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이나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비행기를 두세 번 갈아타야 하는 파나마, 케이맨군도 등 카리브해 일대까지 휘젓고 다녔다. 역외탈세를 초기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해외 금융계좌를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에게는 과세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숨가쁘게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결과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게 41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구리왕'으로 불리는 차용규씨, '완구왕' 박종완씨 등 거물급 역외탈세 혐의들도 포착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같은 노력으로 국세청이 역외탈세 행위에 추징한 세금은 2010년 963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897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성과까지 더하면 최근 2년간 역외탈세 조사를 벌여 무려 2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려운 경제 여건 상황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다만 실제로 징수된 세금은 추징액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1600억원을 추징한 '구리왕' 차 씨의 경우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부당하다고 결론이 나 차 씨에 대한 세금 추징은 물건너 갔고, '선박왕' 권 씨의 경우는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라 징수가 미뤄지고 있다. 추징만 떠들썩하게 해 놓고 실제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반감될 수 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의 징수율에 대해 "역외탈세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2~3년 이상 지나야 성과를 볼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역외탈세건과 관련한 추징 세금 대비 징수율이 30~40%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기 꺼릴 정도로 징수 실적은 저조하지만 국세청의 역외탈세 근절 의지는 확고하다. 국회를 설득해 올해부터 2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확보했고, 최정예 국세조사 요원 100명을 올 상반기 역외탈세 전면에 배치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또 탈세혐의자의 금융계좌를 확인할 수 있는 한·스위스 조세조약도 지난 7월 발효돼 역외탈세 조사에 힘이 실렸다. 국세청 임환수 조사국장은 "역외탈세는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범죄"라며 "역외탈세 척결은 당면한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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