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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vs 송영길, GCF 유치 일등 공신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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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라는)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 10월20일 인천 송도에선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순조롭게 기금 조성·사무국 구성이 진행되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에 못지않은 국제기구로 클 가능성이 높은 GCF 사무국 설치 도시로 인천 송도가 확정된 것이다.
GCF 사무국 유치는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의 외교적 쾌거로 일컬어진다. 뿐만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조성만 된다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컨벤션산업 활성화 등 눈에 띄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인천 송도 등 수도권 일대가 미국 뉴욕, 독일 본, 스위스 제네바 등과 같은 글로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1회성 메가이벤트보다도 오히려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면 향수 수십~수백년간 수만명의 관련 인력이 오가는 만큼 100배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GCF 송도 유치 이후 우리나라 내부에서 공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측과 송영길 시장 등 인천시가 서로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사람이 있다”며 물밑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정부 ‘MB의 녹색 성장 전략 덕’ = GCF 유치에 대해 현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해 온 녹색성장 노력이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치적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실제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유치 직후 낸 보도 자료에서 “유치국 결정 직전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에게 전화와 서신으로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정상외교가 막판 표심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유치의 일등 공신으로 이 대통령을 꼽았다.

유치 도시인 인천시의 송영길 시장에 대해선 박재완 장관의 공을 먼저 나열한 뒤 “I-타워 15개층 무상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제시한 송영길 인천시장의 노력이 빛을 발하였다”고 한 줄 걸쳤을 뿐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청와대 내부도 마찬가지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치 전날 “독일의 본에 큰 표 차이로 밀렸는데,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정상 외교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이 대통령의 노력을 적극 부각시켰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선 이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적 역량이 GCF 유치 성공에 영향을 끼쳤다고 자부하고 있다. 현대건설 CEO 시절 중동에서 대형 공사를 많이 수주하기로 유명했던 이 대통령은 88올림픽 유치 때도 맹활약하는 등 ‘유치·수주’의 대가로 꼽히는데, 이번에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상 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88올림픽 유치때 담당 국가의 IOC 위원이 병석에 누워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자 비행기를 전세내 투표 장소로 호송한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때도 이 대통령이 경호원만 대동한 채 투표 장소인 호텔 복도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IOC위원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는 등 의전을 무시한 파격적인 유치 활동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시절에도 탁월한 로비력과 설득력, 호소력을 갖춘 매너 등으로 중동의 귀족·기업가들과 친분을 쌓아 혁혁한 수주 성과를 올렸었다.

◆인천시 “MB, 숟가락만 올렸다” = 그러나 인천시 측은 내심 이에 대해 불쾌해 하고 있다. 정부가 이 대통령과 관련 부처 등의 치적만 앞세운 채 정작 ‘현장’을 뛰어 온 송영길 시장 등 인천시 측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 지역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이 다 차려 놓은 상에 숟가락만 얹어 놓고 생색만 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측은 송 시장이 유치 후보 도시 수장으로서 야당을 설득해 국회의 GCF 사무국 유치 지지 결의를 이끌어 내는 등 국내외 여론을 환기시키고 수차례 해외 출장과 이사국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지지를 획득,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같은 열세를 극복하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막판 영어에 능숙한 송 시장이 통역 없이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사무국 유치 지지를 호소해 득표전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인천시는 언론 보도등을 통해 송 시장의 ‘활약상’을 적극 알리고 있다. 일부 인천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아메리카 남단에 있는 벨리즈 국가대표의 연설문을 입수해 암기한 송 시장은 대표와의 양자 대담에서 "연설문에 심금을 울리는 표현이 많더라. 내가 강연할 때 문장 일부를 인용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대표가 기뻐하며 인천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또 러시아, 그루지야, 미국, 바베이도스(중앙아메리카 북동쪽 섬나라), 콜롬비아, 잠비아, 인도네시아 등 이사국 대표와 체코, 필리핀 등 대리 이사국 대표를 직접 만나 유창한 영어로 상대를 우군으로 만드는 전략도 펼쳤다.

인천 출신 한 야당 정치인은 “정부가 서울이 유치 후보 도시가 아니고 인천 송도가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된 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사실 아니냐”며 “송 시장이 90% 다 해 놓은 것을 이 대통령이 자기가 다 한 일처럼 광고하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GCF는 2010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을 전후로 수백조원대의 기금을 모아 개발도상국들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구성됐다. 오는 2020년까지 각 선진국들이 총 1000억 달러를 갹출하고 이후에도 매년 1000억 달러를 내 총 8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든다는 목표다.

지난해 독일 본에 임시 사무국이 설치됐으며, 현재 개도국 12개국, 선진국 12개국 등 24개국이 이사국으로, 우리나라 등 18개국이 대리이사국으로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GCF 유치로 인한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부터 독일 본의 임시 사무국이 인천 송도 I-Tower로 이전해 500명 규모의 상주 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2020년까지는 약 8000여명의 직원이 수백 조원대의 기금을 관리하는 초대형 국제기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연간 100여 회가 넘는 국제회의가 열리고, 기금을 내고 타고 관리하기 위한 각국의 인력들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상주하는 외국인이 100여명에 불과한 말뿐인 국제도시로, 텅빈 유령도시에 불과한 인천 송도가 다양한 피부 색깔?언어를 가진 외국인 수만 명이 활보하는 명실상부한 코스모폴리스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경제 효과만으로도 GCF 사무국 유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100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안보 기여 및 국격 상승 등 부가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고의 외교적 쾌거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GCF 사무국 유치가 예상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목표한 만큼의 기금을 모금하는 게 필수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기금 납부에 소극적이다. ‘장밋빛 환상’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8000억달러로 알려진 것은 하나의 구상일 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개도국들은 당장 내년부터 2020년까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 해마다 1000억달러씩 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하자고 주장한다"며 "반면 선진국 사이에선 2020년까지 모두 1000억달러만 모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미국 동부를 덮친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에서 보듯 기후 변화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장기적으론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모금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낙관론도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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