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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관계본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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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동영상 김본좌도 평판에 목말라한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삶은 '단체생활'이다. 온전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족과 학교, 직장은 물론이고 취미생활 동호회와 친구들과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평생 타인과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관계맺기는 늘 화두가 된다. 현명한 관계맺음의 방법은 모두가 지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관계형성의 '기초'는?=몇 년 전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대량의 음란물을 유포한 불법공유자가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김본좌'라는 별명으로 추앙(?)돼왔다. '김본좌' 한 사람이 공유사이트에 올린 음란물만 해도 약 1만 4000건으로 국내에 유통된 일본 음란물의 70%를 차지했을 정도다. 그가 붙잡힌 이후에도 '정본좌', '서본좌' 등 음란 동영상을 올려 불구속 입건되는 경우가 왕왕 생겨난다.
 보통 사람 생각으로는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수익 추구 활동으로 큰 돈을 만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체포돼 곤욕을 치르거나 저작권자에게 기소돼 엄청난 벌금을 물 위험이 크다. 어떻게 보면 소수의 업로더가 다수의 다운로더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형국이다.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는 이들 행동의 동기를 자신의 평판을 부풀리기 위한 허풍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온라인보다는 현실 세계에서의 평판에 더 신경을 쓰더라는 것이다. 자신이 파일을 업로드했다고 밝히고, 옆에 누군가가 있을 때 공유파일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무료로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과 '자질'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그만큼 평판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는 평판이 어떻게 형성되고, 관계맺기 과정에서 우리의 인식이 평판에 어떻게 좌우되는지를 심리학과 진화생물학, 행동경제학 등을 동원해 파헤친다. 여기서 평판은 단순한 평가 혹은 '뒷담화'가 아니다. 우리가 생존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관찰하고, 복잡하고 미묘한 수단을 통해 그 평판을 퍼뜨린다.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평판을 사용한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물론 평판은 중요하다. 냉전체제가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싸움에서 물러서면 적에게 '나약하다'는 인상을 줘서 공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평판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관계에서 우위를 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은 평판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안내한다. 사생활의 전시와 폭로가 일상화된 인터넷 공간에서 몸을 숨기는 법,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법 등을 익히면 앞으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데 조금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관계맺기는 기술이다=한편 '인간관계 맺는 기술'은 제목 그대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룬 '안내서'다. 관계맺기는 무엇보다도 소통의 전제가 된다. 이 책은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가 후보로서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둘의 관계맺기 방식을 비교한다. 1980년 10월 28일 마지막 토론에서 카터는 모든 질문에 수치와 사실만을 가지고 대답했다. 재선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말해 인상을 남기려고 시도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대통령직의 부담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하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레이건은 토론에 앞서 카터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자신의 차례가 됐을 때는 주로 청중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전문가'라는 인상을 주기보다 대화를 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그는 토론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과의 연대감을 강조했고 각종 인터뷰와 토크쇼를 능란하게 넘나들었다. 책 속에서'이제까지 어떤 정치인도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그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는 관계맺기의 첫번째 원칙이 있다. 무엇보다 타인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관계맺기를 원한다면 초점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상식적인 것이지만 그만큼 쉽게 잊는다.

이 책은 왜 타인 중심의 관계맺기에 실패하는지를 미숙함, 너무 강한 자아 등 간결하게 정리해 눈 앞에 보여준다. 또한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공감대 형성하기 등 관계맺기의 '기술'을 차근차근 제시해 나간다. 구체적인 만큼 당장 실생활에 활용하기 쉽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한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성공적인 '연설가'는 박수를 유도하거나 문장을 따라하게 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청중을 연설에 개입시킨다. 슬프거나 진지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동원하고, 연설문 없이 청중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관계 형성에서 고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종의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존 휘트필드 지음/김수안 옮김/1만 6000원/생각연구소
◆인간관계 맺는 기술/존 맥스웰 지음/성기영 옮김/1만 5000원/청림출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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