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숨긴재산 무한추적팀' 두달
4000여건 부동산거래 하나하나 재검토해 압류
해외도피·재산 은닉해도 밀착조사로 덜미 잡아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세청 내부조직인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하 추적팀)은 최근 묵직한 첩보를 입수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10여년 전 서울시에 내놨던 송파구 일대 땅을 다시 사들이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정 전 회장은 땅을 사고 되팔아 수백억대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추적팀은 이같은 첩보를 입수한 직후 해당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했다. 이와 함께 정 전 회장이 30년간 등기하지 않은 시가 180억원 상당의 토지를 발견해 등기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4000여건의 부동산 거래내역과 재산변동 상황을 전면 재검토한 덕분이다. 정 전 회장은 수천억원대 국세를 체납한 상태에서 키르기스스탄 등을 떠돌며 재기를 꾀하는 중이었다.
추적팀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철저히 조사해 163억원을 징수했다. 김 전 회장은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가 들통났다. 추적팀은 김 전 회장이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서도 해외를 자주 드나드는 점을 수상히 여겨 생활실태를 밀착 파악해 조사해 왔다.
국세청이 8일 공개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 운영성과를 보면, 이 팀은 이외에도 사학재단 이사장ㆍ해외거주 상속인 등 고액체납자 577명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3938억원을 징수했다. 지난 2월 발족 후 두달 만의 성과다.
무한추적팀은 기존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이 확대돼 지난 2월 서울ㆍ부산 등 6개 지방청에서 17개팀, 192명으로 꾸려졌다. 이 팀은 체납정리와 은닉재산 추적 전문가는 물론 전담 변호사들이 소속돼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발족 당시 "아무리 교묘히 재산을 숨겨도 반드시 찾아내 끝까지 징수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팀은 기본적으로 개별 사안마다 한명 혹은 두세명씩 짝을 이뤄 집중조사한다. 체납자 본인에 대한 계좌거래나 서면을 통해 질문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제3자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경우 조사를 확대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김덕중 징세법무국장은 "해외로 재산을 숨기거나 도피한 체납자도 추적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활동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체납자가 불시에 사무실을 방문해 협박한 일도 있었다. 한 체납자는 지난달 압류당한 부동산이 다른 이에게 낙찰되자 불시에 사무실을 방문해 막무가내로 공매를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담당 여직원에게 자신이 지명수배자라며 소란을 피우다 자신의 손목을 자해하려는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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