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진욱 두산 감독은 초보다. 올 시즌 프로 지휘봉을 처음 휘두른다. 앞길은 경험 많은 지도자와 함께 걷는다. 주인공은 일본인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 2004년 세이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장본인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정상을 밟기도 했다. 사실 두산에게 수석코치 임명은 모험에 가까웠다. 이토 코치가 한국 야구를 접한 건 지난해 2월 인스트럭터로 참여한 LG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2009년 WBC가 거의 전부였다. 리그 관전도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혔다. 언어, 문화 등의 장애는 덤.
하지만 11경기를 소화한 현재까지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구단과 김 감독의 배려 덕이다. 두산은 시즌 전 고마키 유이치 코치를 불펜코치로 데려왔다. 사실상 이토 코치를 위한 배려 차원의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여기에 끊임없이 힘을 불어넣는다. 전지훈련에서 소집했던 선수단 미팅은 시즌 돌입 이후 이토 코치의 몫이 됐다. 김 감독은 “잘해서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다. 잘하라고 보직에 맞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눈에 호기심이 어린 건 당연하다. 김 감독은 “오랫동안 함께 한 코치에게 매일 듣는 조언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이토 코치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수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코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을 소화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다수 타자들은 홈경기 공격 때 종종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 상대 투수의 투구에 맞춰 배트를 휘두른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의욕이 여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며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치열해진 내부 경쟁도 높아진 사기에서 빼놓을 수 요소다. 포수진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이토 코치가 최재훈 등 백업포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기울인다”며 “전체적인 전력 상승은 물론 양의지 등 주전들에게 효과적으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8년 신고로 입단한 최재훈은 7경기에서 타율 1할3푼3리를 남기는데 그쳤지만 블로킹, 송구 등에서 수비에 안정감을 더 하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윤성환의 커브를 공략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토 코치의 관리 대상은 재훈이만이 아니다. 많은 선수들의 재활, 보호 등을 따로 부탁해놓았다”며 “백업이 잘하면 주전도 덩달아 잘하게 된다. 선수단은 그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토 코치로부터 도움을 받는 건 선수들에 그치지 않는다. 김 감독 포함 코치진에도 해당된다. 김 감독은 “감독 경력으로만 따지면 나보다 베테랑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흐름을 놓칠 수 있는 내게 그때그때 곧 조언을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여유가 넘친다. 전날 경기를 패하고도 축 쳐지는 법이 없다”며 “다른 코치들과도 기술적인 교류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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