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 사후 4개여월 만에 당과 군부 권력을 장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격화해 그 후광을 이용해 통치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북한 내 최고 권력기관인 당과 군부를 아우르는 최고 권력자가 됐다. 사실상의 '김정은 체제'가 꾸려지면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지도부도 윤곽을 갖췄다.
12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집행부와 서기부 인선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 김정은이 '제1비서'로 이름을 올렸다.
최룡해는 이외에 김정은 당 제1비서가 2010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당시 신설됐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꿰찼으며, 조명록 전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사망으로 공석이었던 총정치국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 한 북한전문가는 "사상이나 이념을 가장 중요시하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총정치국장의 권한은 외견상 드러나는 것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도 이번에 당 중앙위 비서로 호명됐다. 비서국은 당 내부사업과 그밖의 실무적 문제들을 결정하고 집행을 조직지도하는 핵심부서다. 당초 김정일 사후 당 경공업부장으로 있으며 후견인 역할에 머물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이번 승진으로 당 안팎에서 김정일의 유훈을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의 사람인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ㆍ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을 꿰차며 앞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통해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부국장ㆍ리명수 인민보안부장 등 장성택의 측근들까지 정치국 위원에 오르면서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견인 입지를 더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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