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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들어라, '뻐꾸기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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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뻐꾸기는 참 얌체 같은 새다. 직접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자신은 힘들이지 않고 부화시킨다. 뻐꾸기는 멧새나 종달새, 개똥지빠귀 등이 먹이를 구하러 둥지를 비운 사이 색깔과 크기가 비슷한 알 한 개를 재빨리 낳아놓고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10개 이상의 둥지를 찾아 다니며 알을 낳는다.

뻐꾸기는 용의주도하다. 자신의 알을 낳아 두면서 원래 있던 알 한 개를 물고 가버린다. 혹시라도 원래 둥지의 주인이 알아 차릴까봐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뻐꾸기는 자신의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둥지 주위를 떠나지 않고 몰래 지켜본다고 하니 그 몰염치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뻐꾸기 새끼는 원래 있던 알보다 보통 며칠 먼저 부화한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가 먼저 먹이를 먹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뻐꾸기 새끼는 둥지 속에 있던 알을 등으로 밀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눈도 뜨지 않고 깃털도 자라지 않은 녀석이 알을 밀어 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비록 본능이라지만 섬뜩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어쩌다 실패해서 원래 새끼가 부화를 하면 쉴새 없이 쪼고 괴롭히거나 역시 등으로 떠밀어 떨어뜨려 버린다. 혹시 같이 자라더라도 뻐꾸기 새끼는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댄다. 그러면 어미 새는 뱀이나 천적에게 노출 되지 않으려고 울어대는 새끼 뻐꾸기에게 먼저 먹이를 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실컷 얻어먹다가 때가 되면 혼자 훌쩍 사라져 버린다.

4.11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 오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때만 되면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나는지 수많은 ‘애국자’들이 저마다 적임자라고 시끄럽게 외쳐댄다. 최근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는 것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다. 왠지 낯설지 않은 ‘사찰’이란 단어가 왜 지금 또 불거져 나와 국민의 속을 긁어놓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외신들도 ‘한국판 워터게이트’라며 관심을 쏟고 있다. 나라 망신이다. 당사자 격인 청와대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몰아부치고 있다. 여당도 표를 의식해 몸 사리기에 여념이 없다. 반성은 커녕 “당신들이 집권할 때도 그랬다”라며 맞불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뒤틀리다 못해 부아가 치민다. “우리도 나쁘지만 너희도 나쁘다”라는 얘기 아닌가. 그게 어디 국민들 앞에서 할 말인가. 모두 나쁘면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야당도 예뻐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그들도 깨끗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국민에게 충격을 줘서 반발심리를 이용해 ‘표 얻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 2010년에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지만 흐지부지 처리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검찰을 향한 국민의 시선도 따갑기는 마찬가지다. 어디를 둘러봐도 국민들이 믿을 곳이 없어 보인다.

도올 김용옥이 노골적으로 한마디 했다. “전국이 쥐새끼로 들끓고 있다”고.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자기 욕망의 극대화를 위해서 닥치는 대로 갉아먹고 해를 끼치고 쏜살같이 법망을 피해 도망 다닌다”고.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치솟는 물가, 자고 나면 오르는 기름 값 때문에 지치고 불안하다. 이 같은 때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팍팍한 삶을 돌볼 정책을 쏟아내도 부족할 판에 정치인들은 서로 등을 떠밀어 떨어뜨리려 혈안이 돼 있다. 국민의 마음까지 쉴새 없이 쪼고 괴롭히고 있다. 과연 저들이 뻐꾸기 새끼들과 뭐가 다른가. 게다가 선거철만 지나면 국민들 곁을 떠나 버리는 모습까지 뻐꾸기 새끼를 닮았다. 두 눈 부릅뜨고 뻐꾸기 새끼를 골라내야 할 때다. 이래 저래 국민만 피곤하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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