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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가짜공화국] ③ 진짜油? 가짜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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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기름 캔까지..유사석유로 새나간 세금 4조6000억

주유소선 제 값받고 '가짜' 넣기도
車 망치는 '값싼유혹' 알고도 당해
정부 적발때 영업장 폐쇄 처벌 강화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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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다른 주유소에 비해서 워낙 싸니까 한번 넣어보자는 마음이었죠. 한번 가짜휘발유에 된통 당하고 나니까 비싸도 직영 주유소를 찾게 되더라구요.”
경기도 안산의 직장인 박모(33)씨는 작년 말 차를 타고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언덕길을 오르는 도중 차에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덜컥 시동이 꺼진 것. 뒤따르는 차가 없어서 충돌은 피했지만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당황했었다.

차 수리를 맡긴 정비업체는 그에게 가짜 휘발유 때문에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히 지방에 갔다가 기름을 넣은 것이 잘못된 것 같지만 지금와서 어떻게 밝혀낼 수 있겠냐”며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돈 주고 가짜를 샀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더이상 주유소를 믿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고유가 시대로 진입하면서 가짜 휘발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의 마음을 악용한다. 세금 탈루에 불법 제조 시 폭발 화재 피해, 가짜 석유로 인한 자동차 고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주유기에 가짜석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장치하는 지능적인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주유기에 가짜석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장치하는 지능적인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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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석유 혹은 유사 석유란 차량이나 기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을 혼합해 제조한 것을 말한다. 주로 휘발유에 신나(thinner)와 같은 용제를 섞는다.

고급 휘발유에 보통휘발유를 섞거나 경유에 선박용 경유를 넣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최근 정부는 인식전환 차원에서 그간 사용해온 유사 석유라는 용어를 가짜 석유로 변경키로 했다.

가짜 석유 제조에 사용되는 제품들은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혼합이 어렵지 않다는 점 때문에 가짜 석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정품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세금이 낮아 얼마나 혼합하느냐에 따라 부당 이익을 쉽게 늘릴 수 있다.

특히 가짜 석유는 대표적인 탈세의 온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사 경유를 통해 총 1조1224억원, 유사 휘발유를 통해 5313억원 등 유사 석유제품으로 인한 탈루세액만 1조65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경부는 한국석유관리원을 통해 작년부터 유사휘발유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은밀하게 제조, 유통이 이뤄지는 까닭에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최근에는 첨단기기의 등장으로 더욱 지능화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적발된 유사휘발유 유통 사례를 살펴보면 유사석유 유통방법이 점차 치밀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11월 김모(25)씨 등 3명은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 내 축사를 빌려 톨루엔, 솔벤트, 메탄올 2만ℓ를 혼합해 가짜 휘발유를 제조했다. 이렇게 만든 약 4000여만원 상당의 가짜휘발유를 대전권을 돌며 시중에 유통시켰다. 이들은 봉고차 등에 기름을 싣고 판매하는 대담함과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캔형태로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배달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등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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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원료공급-제조-판매책으로 구성된 전문화되고 대형화된 기업형 조직이 다수 출현하고 있다”며 “전국적인 지점망을 통해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영업시설 개조나 착색제·식별제 제거 등으로 가짜 석유를 제조·판매한 경우에는 과징금이 아니라 곧바로 사업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단순 취급자에게도 과징금을 최대 1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또한 가짜 휘발유를 제조·수입·저장·운송·보관 판매하다 적발돼 행정처분을 2회 이상 받은 업소는 사업정지 기간에 해당하는 동안에 사업장에 위반 사실에 대한 게시문을 부착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가짜 석유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5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길거리업소 등 주유소가 아닌 무등록(무신고) 업소에서 유류를 구매한 경우에도 처벌받는다.

한편, 한국석유관리원 측은 영국은 유통되는 경유의 7~8%, 일본은 약 10%가 유사 석유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사 휘발유 문제가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지만 점차 적발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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