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리더십]부시의 '브라더 J', 자칭린의 '따거 鄭'
MK의 그물망 인맥..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간다
중국 자칭린 주석, 정 회장에게 '따꺼' 깍듯한 예우
부시 전 대통령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 초청 우애 과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73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겐 두 살 아래의 중국인 아우가 있다. 중국 정부의 핵심 간부인 그는 정 회장을 '따거(大哥ㆍ형님)'라고 부른다. 국적을 초월한 호형호제가 어색하지 않은 둘은 닮은 구석이 많다. 외모와 풍채가 엇비슷하고 느린 걸음과 느긋한 동작이 그렇다.
정 회장이 인간미에 끌린 주인공은 중국 베이징시 시장 출신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인 자칭린이다. 자 주석은 지난 2009년 10월5일 별세한 정 회장의 부인 고 이정화 여사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한 번은 이런 일화가 있다. 중국 대륙을 공포에 빠뜨린 전염병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 일단락 국면에 접어든 지난 2003년 7월. 정 회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에 며칠 앞서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현지 공장 점검을 마친 뒤 정 회장은 자 주석과 마주 앉았다. 이야기가 꽃필 무렵 자 주석은 "사스가 공식 종료됐다"는 쪽지를 건네받고선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정 회장이 중국에 오니 사스가 무서워 달아 났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스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 철수를 검토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현대차는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밝혔고, 그같은 신뢰에 자 주석이 깊이 감동해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깊어질 수 있었다.
순박한 말투이지만 활달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정 회장에 대해 지인들은 '속정이 깊은 의리의 사나이'로 부른다. '인간 정몽구'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 MK'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치고 있는 인간관계는 정ㆍ재계, 법조, 학계는 물론 국외로까지 다방면으로 흩어져 있다.
범접하기 어려운 재벌가의 위엄 대신 소탈한 옆집 아저씨와 같은 정 회장의 면모는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그물망 인맥'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 범현대가라는 인척 관계를 비롯해 경복고-한양대로 이어지는 학연과 밑바닥부터 기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맺은 비즈니스 인연까지 정 회장을 둘러싼 인맥은 오늘날 현대차그룹과 MK 특유의 리더십을 뒷받침 하는 힘이 됐다.
정 회장이 한 번 맺은 인연을 중요시하는 또 다른 사례는 최근 있었다. 2010년 7월20일. 정 회장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었다. 출근길 빈소에 들러 유가족을 위로하고 퇴근하면서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아 한 시간 이상 머물다 돌아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 회장은 자신의 그림자와 같았던 고(故) 김승년 현대ㆍ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장(사장)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등지자 더 할 수 없는 비통에 잠겼다.
고 김 사장과 정 회장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건국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고 김 사장은 현대정공에서 자재 담당 과장이던 1990년 정 회장의 비서로 전격 발탁됐다.
이후 15년을 꼬박 정 회장 곁을 지킨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경복고 입학 동기인 김광년 변호사가 고 김 사장의 친형이기에 정 회장이 쏟은 애정은 더 각별했다. 광년ㆍ승년 형제는 대표적인 '몽구(MK) 사단'으로 꼽힌다. 친인척도 아니고 학연과 지연도 없는 사이지만 '인간적으로 통한다'는 이유로 가까워진 경우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인생 동반자로
정 회장은 사업 파트너로 처음 만나 인생의 동지로 발전한 인간관계가 유독 많다. 특히 해외 인맥 네트워크는 정 회장에게 있어선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값비싼 자산과 같다. 현대차그룹이 북미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정 회장은 수 없이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됐다.
대표적 인물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와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각별했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우애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공장이 들어서 있는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지사와도 끈끈한 인맥을 과시한다. 최근 처음으로 방한한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에 대한 대접이 소홀하지 않도록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정 회장은 다른 중요한 약속을 마다하고 딜 주지사를 극진히 챙겼다.
정 회장의 고로 건설의 꿈을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돼 준 에크하르트 슐츠 티센그룹 전 회장의 경우 유럽 출장 시 만나 혜안을 구하는 파트너로 둘 사이가 발전했다. 슐츠 전 회장은 수시로 정 회장과 연락을 취하며 고로 제철소 레이아웃과 운영 노하우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세계 최대 강국 중국에 주목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주룽지 전 총리, 후진타오 국가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자칭린 주석 등 최고 정상과 줄줄이 만남을 가졌다. 정 회장이 중국 고위 간부와의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숨은 주역은 설영흥 부회장이다.
대표적인 'MK사단'인 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정 회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다. 대만 국립성공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한성화교학교 이사장 등을 거친 설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 회장과 인연을 맺고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실세가 됐다.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는 정 회장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와 교류도 가장 활발한 총수 중 한 명이다.
현대차그룹 회장직 외에 비업무적인 자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을 꺼려하는 정 회장이 국제 행사 유치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일컫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은 것. 정 회장은 유치 활동을 펴는 내내 쌓은 인맥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DNA와 학연은 정신적 지주 톡톡
정 회장은 '현대'라는 DNA를 타고 나 친인척 인맥에 대해선 언급할 필요가 없다. 혼맥 관계에서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김영무 대표 변호사와 인연이 있다. 정 회장의 조카인 정문선(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차남)씨가 김 변호사의 장녀 선희씨와 결혼했다. 김 대표와의 인연으로 김앤장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법률 자문을 맡게 됐다.
정 회장의 학맥은 전체 인적 네트워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임원을 선임할 때도 학력을 따지지 않는다. 고졸 출신 임원을 많이 배출한 이유다. 정 회장과 학연으로 이어진 경우 인간적인 유대가 깊다고 한다. 정 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출신.
경복고 인맥으로는 이한동 전 국회의원과 이계안 의원(전 현대차 사장), 김덕룡, 문희상, 김진표, 유인균 등 정계 진출자와 손병두 서강대 총장(전 전경련 부회장), 엄병윤 유라코퍼레이션 회장 등 재계 인사를 꼽을 수 있다. 엄 회장은 경복고 34회로 정 회장과 동기며 속내를 털어놓는 가까운 사이다.
신한풍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도 경복고 절친 동기다.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경복고 후배다. 현대차에 중용한 인물 중에선 기획총괄본부장의 중책을 맡아 승승장구했던 정순원 현(現) 삼천리 사장이 유명하다. 경복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1999년 현대경제연구원 재직 시절 발탁돼 MK의 '경제 교사'로, ES(정의선)의 '경영 스승'으로 입지를 키운 인물이다.
한양대 인맥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거나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고문 역할을 한 채수일 씨와 홍보실 출신의 최한영 현대차 부회장, 임흥수 현대위아 사장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2000년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당시 홍보실장을 맡으면서 정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도 한양대 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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