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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 펀드 매니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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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책임, 이례적인 인사조치
"자존심도 상했는데" 현장 반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지선호 기자] 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회사의 펀드매니저들이 잇달아 '로스컷(Loss-Cut, 손실확대를 막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것)' 규정에 걸려 운용하던 펀드에서 손을 뗐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최근 급락장에서 자신이 운용하는 종목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기에 언제 자신의 이야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 운용수익률이 저조해지자 매니저들이 문책성 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자산운용은 이달초 한 명의 펀드매니저에 대해 운용중지 조치를 내린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2명의 펀드매니저를 같은 형식으로 문책했다. 일부 운용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회사 규정대로 해당 주식을 로스컷한데 따른 사후 인사조치였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와 같은 금융투자회사들은 로스컷을 시행한 펀드 매니저에 대해 짧게는 몇일에서 수개월까지 펀드 운용라인에서 배제하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로스컷에 따른 사후 인사조치 수위는 회사별로 다양하게 규정돼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자산운용사와 자문사는 -20~-25%의 로스컷 기준을 두고 있고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15~-20%를 적용하고 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이번에는 포트폴리오에 종목 쏠림이 심한 펀드가 많아 이에 대한 문책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내에 펀드매니저 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운용자를 어렵지 않게 영입할 수 있다는게 경영진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로스컷 인사조치는 소형 자산운용사나 자문사에 집중되고 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단기실적을 중시할 수밖에 없고 투자손실로 인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운영사와 자문사에서는 최근과 같은 폭락장에서 매니저가 아예 퇴출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대형사는 로스컷을 적용해 펀드 운용을 정지시킨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로스컷이 적용되지 않았다해서 매니저 자리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의 법인영업팀 직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 실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저조하면 담당 펀드매니저 교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펀드매니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최근 폭락장을 겪으면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 '자존심'을 구긴 상황인데 펀드매니저까지 교체하는 조치는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그룹주 펀드, 액티브 펀드처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기준수익률을 갖고 일괄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며 "담당 매니저가 보고 있는 전망이 당장 시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고 책임을 따져 묻는다면 운용자의 사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오히려 폭락장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시장 상황이 어려울 수록 펀드매니저를 독려하는 한편 더 깊이 연구하고 더 나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영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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