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전세도 나오는대로 소진돼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금값이다. 지난해말 강남3구를 필두로 경부축을 따라 서울 외곽까지 휩쓸었던 전세대란.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강남권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웃돈 올려 전셋집 선점하기까지 등장=대치동발 전세태풍이 불고 있다. 대치동 개포우성 아파트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새 대치동 아파트 전세가 3000만원씩 급등했다"며 "하루 수십통의 전화는 기본이고 일부는 아예 업소에 나와 대기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업소에서는 "이주계획이 나오기 전에는 단지별로 10여개씩 전세 물건이 일주일 새 다 없어졌다"며 "웃돈을 더 줄테니 전셋집 좀 맡아달라는 부탁도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귀뜀했다.
청실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이들이 선택할 만한 아파트도 부족이다. 개포주공이나 은마아파트가 그나마 적당한데 이곳의 전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한 달 전 개포주공 5단지 102㎡는 3억1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올랐고 대치현대 85㎡ 역시 3억1500만원에서 3억3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을 뿐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치동과 가까운 역삼동 역시 전세가 귀한 몸이다. 역삼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과 가깝고 새 아파트가 많아서 인기가 높다"며 "개나리 래미안이나 e편한세상의 경우 전셋값이 3000만~5000만원까지 급등했다"고 전한다.
이상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대치동 개포주공 등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전셋값이 뛰면서 덩달아 면적이 큰 아파트의 전셋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동부센트레빌에서 가장 적은 면적인 151㎡의 전세가는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오른 10억원이지만 물건이 나오는대로 소진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이곳에서 가격은 무의미하다"며 "대치동에서만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보니 전셋값이 올라도 그대로 눌러 앉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도 많아 예정된 일정대로 간다면 지역별로 상당한 전셋값 불안이 우려된다. 지역별로 송파구에서는 가락동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 8106가구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어 송파구 등 주변 전셋값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는 청실아파트에 이어 논현경복 아파트가 올해 안에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신반포6차, 반포우성, 신반포5차, 서초한양, 서초삼호 1차 등 1000여가구 이하 재건축 단지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뒀다.
강북에서는 재개발 물량이 상당하다. 답십리14·18구역, 청량리7구역, 용두4·6구역 등 이주수요가 줄줄이 대기 중이며 영등포구도 영등포 1-3·1-4구역, 신길 3·5·7·11구역에서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마무리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평균 1년 2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주수요는 바로 전세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학군에 따른 임대수요가 높은 지역들은 하반기 입주물량이 평년에 비해 부족한 편인데다 집주인들이 보증부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바꾸는 형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 재개발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수급 불균형으로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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