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地에서 펼쳐진 자원전쟁...이제 20%고지 넘는다
[공기업]글로벌 자원戰에 선 그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라크는 전후 재건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이 유전,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개발 요충지다.
이라크는 하루에도 수 차례에 걸쳐 폭탄테러라 일어나는 등 정국이 불안하다. 최 장관은 4월 방문에서는 바그다드에서 폭탄이 터지는 위기 상황에서도 1박4일의 일정을 소화해냈다.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한 4월 방문에서, 우리 정부와 이라크는 비상시 원유를 하루25만배럴 우선 공급받고 이라크정부의 자원개발 입찰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최 장관은 필리핀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반군이 활동하는 위험지역을 무장군인 호위하에 방문한 적이 있다. 최 장관은 "당시 필리핀 주지사는 '한국 사람이 이런 오지를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그 첫 손님이 한국대사여서 너무 반가워하더라'"고 회고 했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6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룸에서 샹브리에(Alexandre Barro Chambrier) 가봉 석유광물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가봉 양국간 경제협력사업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최중경 두 차례 이라크 무장군인 호위하에 임무=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게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제성이 이미 갖춰지고 사회기반시설과 치안이 안정된 곳일수록 선진국과 해당국에서 이미 싹쓸이 해 놓은 상태"라면서 "우리로서는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이른바 '3D'로 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자원개발과 관련된 공기업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원유,가스,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임직원들의 경험담은 웬만한 드라마 뺨친다.
광물공사 A팀장은 1998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으로 금광을 조사하러 갔다 말벌떼의 습격을 받아 수 주 동안 고생해 작성한 탐사자료를 계곡에 떨어뜨렸다.A팀장은 계곡으로 내려가 낮은 포복으로 자갈밭을 1시간 넘게 기어서 이동한 끝에 지질노트를 되찾았다. 탐사캠프로 돌아오자마자 고열로 인해 이틀간 의식을 잃었다가 살아났다.
2008년 당시 신입사원이던 B사원은 필리핀 한 섬에 투자여건 조사차 방문했다가 무장한 현지인을 만나 카메라, 지질조사용 해머 등 갖고 있던 모든 소지품을 빼앗겼다.
2007년 공사의 C팀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금광을 조사하러 갔다가 무장한 백인들이 돈을 요구하며 차량을 막아섰다가 풀려났다. 그는 다음날에는 한국인의 집에 초대받으러 갔다가 경찰복장을 한 무장강도를 또 만나기도 했다.
2010년 8월에는 리튬 개발협의차 남미 볼리비아를 방문했던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과 리튬사업단 등 1여명이 리튬 매장지역 우유니 호수 인근의 한 지역에서 현지 원주민들의 도로 봉쇄 새위로 억류됐다가 하루만에 풀려났다.
◆무장강도 만나고 피랍까지=뒤돌아봤을 때 아찔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석유공사는 2008년 진출한 예멘에서 종종 송유관 파손을 겪는다.예멘은 예나 지금이나 치안불안으로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고 현지에서는 부족간의 갈등이 잦는다. 2010년 11월 2일에는 예멘 남부 석유탐사 광구의 한 시설물에 폭발사고가 발생해 원유 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알 카에다의 테러로 알려졌다가 인근 부족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라크 쿠르드지역에서 원유탐사를 벌이고 있는 석유공사 현지 직원들은 소규모 무장단체나 테러 등의 위험에 노출돼 24시간 삼엄한 경호 속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6월에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의 가스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대우건설 3명과 한국가스공사와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 직원 각 1명 등 5명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었다. 당시 가스공사는 경기도 분당 본사 2층에 비상대책 상황실을 마련해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파악했다. 다행히 피랍직원들은 이튿날 석방됐다.
지경부에 따르면 2009년말 기준 현재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69개국 440개 사업이며 이중 유전과 가스전은 37개국 169개 사업, 광물사업의 경우 47개국 271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위험지역에서는 대부분 현지 상주 직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현지 사설 경호업체를 두고 있으며 직원이 외부로 나갈 경우에는 경호차량을 대동해서 이동한다.
◆자원개발은 피와 땀으로.. 정부 내년 목표 20%로=정부와 관계기관들은 향후에도 미개척지를 중심으로 자원개발노력에 속도를 낸다는 의지다. 지경부는 지난해 말 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 수립때 18%로 설정했던 내년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를 20%로 높여, 청와대에 보고했다. 신규 생산광구 매입과 민간기업 M&A 등 투자확대 촉진을 통해 생산물량이 추가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의 10억배럴 이상 유전 참여는 내년에 참여방식과 폭을 구체화하고 3개 미개발 광구는 양국 석유공사간 협상을 통해 본계약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3개 광구는 총매장량이 최대 3억4000만배럴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이라크의 12개 유전광구 입찰에도 참여, 신규광구 확보에 노력키로 했다. 리튬과 관련해서는 2014년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사업을 통해 국내 수요의 6배인 연간 5만t의 탄산리튬을 확보할 계획이다.
희토류는 현재 추진 중인 중국 외에 호주, 베트남, 남아공 사업에도 진출하고 국내 부존 유망지역 탐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텅스텐과 몰디브덴은 국내광산 재개발을 추진하고 크롬과 코발트 등은 아프리카지역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희토류 리튬 등 신전략광물도 자주율 높인다=정부는 이런 작업을 거쳐 8.5%에 그치고 있는 리튬ㆍ희토류 등 신(新)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을 12%로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아울러 유연탄, 우라늄, 철광, 동,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도 지금의 27%에서 내년에는 32%로 확대하기로 하고 우라늄(3.4% → 12%), 동(6% → 15%) 등을 집중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일샌드, 셰일오일, 셰일가스, 치밀가스 등 비(非)전통 자원에 대해서도 1%에 불과한 자주개발률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4분기까지 이를 위한 종합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런 자주개발률 제고를 주도할 석유공사는 내년에 일산(日産) 30만배럴 이상의 생산량 확보를 위해 일산 5만배럴 규모의 유망 생산자산을 신규 매입하고,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우량자산 일부를 연기금과 민간업체에 매각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이미 미국 앵커사(社) 생산광구 지분 80% 중 일부를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민간사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