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시간표=김 위원장은 취임 반 년만에 조직의 색깔을 완전히 바꿔놨다. 안팎의 우려 속에서도 '물가 전쟁' '동반성장'의 선봉에 섰고, 조사권을 앞세운 기업 팔 비틀기 논란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직원에겐 두 차례 인사 조치로 답했다.
정권 말, 이처럼 공정위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듯했다. 불친절하고 느리던 조직에 군기가 바짝 들었다. 재계의 긴장감도 남달라 보였다.
◆무성한 뒷얘기=문제는 그만큼 내실이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원회는 지금 김 위원장 취임 후 제일 먼저 1585개 하청 업체와 동반성장협약을 맺은 현대차 그룹을 조사 중이다. 협의 없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신뢰도도 뚝 떨어졌다. 상반기라야 남은 시간은 이제 보름 남짓. 공정위는 상반기 중 추진 예정이던 15개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 카드를 슬그머니 집어 넣었다. '2분기'로 시한을 못 박은 유통업체 판매 수수료 공개 역시 속시원히 이뤄질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연말 이뤄진 자동차와 전자 등 40개 제조업체에 대한 직권 조사 결과 발표도 아직 감감 소식이다.
하청 업체들은 쓴 웃음을 짓는다. 손꼽히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 K씨는 "동반성장협약은 정부와 대기업 대표가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하는 이벤트일 뿐"이라며 "갑과 을의 관계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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