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급 그로기 상태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보금자리주택은 선일까, 악일까. 혹은 약일까, 독일까. 이명박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놓고 말들이 많다.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과도하게 민간 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전체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래서 일각에선 속도 조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의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를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정책 전반에 대해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서민 주거난 해소와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탄생한 보금자리주택. 지난 2008년 9월 도입 이후 지금까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곳은 지난 17일 발표된 5차 지구(서울 고덕지구, 강일3ㆍ4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까지 합쳐 총 21곳에 달한다. 이들 지구에서만 총 27만80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물량 공세로 집값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이자 서민들을 위한 소형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교란 '주범'?=대표적인 부작용이 민간 분양시장 침체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추진 여파로 요즘 서울ㆍ수도권 민간 분양시장은 바닥을 기고 있다. 청약 순위내 마감되는 단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보금자리주택 인근 지역에서 공급될 아파트는 미분양 공포로 분양을 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최소 20% 안팎 수준으로 싼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민간 부문 아파트 분양받기는 극도로 꺼리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준 강남권'이라는 입지 좋은 곳에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대거 지정하면서 건설사들은 속병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온통 보금자리주택에 쏠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민간 분양 단지는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 물량도 줄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2007년 공급된 민간주택은 39만8000가구였지만 2009년에는 21만3000가구로 급감했다. 또 지난해 민간 건설사가 연초에 잡은 분양 계획 물량은 25만8000여가구에 달했지만 실제 분양된 물량은 35%인 9만1000여가구에 그쳤다.


기존 주택 거래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여파로 서울 고덕동과 경기도 과천시 일대 아파트시장이 얼어붙었다. 시세보다 낮은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존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가격도 하락세다. 고덕동 주공2단지 아파트값은 최근 일주일 새 매매 호가가 2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과천 주공2단지 59.2㎡도 2000만원 가량 내려 7억2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나아가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전세시장 불안의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완책 없나=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의 당초 취지인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 안정 등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민간과의 공존' 방안도 함께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사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의 역할 중 하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목표에 연연하지 말고 주택시장 및 공급 주체의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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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풀어서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때는 공공성의 원칙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며 "임대주택 비중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할 차별화된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도빈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보금자리주택과 민간 분양주택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분양가 상한제의 족쇄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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