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내년 美대선 공화당에 ‘베팅’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에 ‘베팅’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인사들도 공화당으로 배를 갈아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헤지펀드에 날을 세우면서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인 써드포인트의 대니얼 로엡 설립자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는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에게 20만달러(약 2억1700만원)를 기부했다. 로엡과 그의 아내는 지난 10년간 민주당에 25만달러, 공화당에 1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상황은 역전됐다. 로엡은 2008년 후 지금까지 공화당에 46만8000달러를 안긴 반면 민주당에는 단 8000달러를 기부했다.
SAC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브 코헨 회장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정기적으로 그의 고향 코네티컷주의 민주당 의원에게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 한도까지 기부금을 내곤 했다. 2008년 그와 그의 아내, SAC 캐피탈 직원 이름으로 민주당에 전달된 기부금은 50만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그는 2010년 공화당 주지사 협회에 150만달러를 기부했다. 반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2400달러에 그쳤다.
폴슨앤코의 존 폴슨 회장은 2008년 민주, 공화 양당에 똑 같은 금액을 기부했다. 그러나 그는 2010년 민주당 기부금의 3배를 넘어서는 41만달러를 공화당에 안겼다.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 회장도 2008년 동일한 금액을 양당에 기부했지만 2010년에는 공화당에 180만달러, 민주당에 2400달러를 줬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로버트 머서 회장의 경우 2008년에는 민주당에 62만달러, 공화당에 9만5000달러를 줬지만 2010년에는 공화당에 78만2000달러, 민주당에 52만7000달러를 기부했다.
공화당은 예기치 못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기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90년~2008년 동안 펀드 매니저들이 기부한 정치 자금은 약 4000만달러인데 이 중 3분의 2는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2010년 공화당은 펀드 매니저 기부금의 53%(1100만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헤지펀드와 오바마 대통령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개혁법을 추진하면서 헤지펀드를 국가 경제의 ‘골칫거리’로 지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크라이슬러 파산 보호 신청 때 헤지펀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미 재무부는 채권단에 69억달러의 크라이슬러 채권을 포기하는 대신 현금으로 22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반대로 협상은 결렬됐고 크라이슬러는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헤지펀드들이 투기성 목적으로 크라이슬러에 돈을 빌려줬으며 같은 이유로 정부의 출자 전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이해 당사자가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헤지펀드만 희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지펀드들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에 대한 증세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남들과 달리 15% 미만의 자본이득세를 내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의원(민주·몬태나)은 “펀드 매니저들이 교사나 의사, 소방관들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헤지펀드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서 내년 대선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자금 모금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당시 오바마 선거 캠프는 역대 최고인 7억45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이번에는 10억달러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월가 금융권은 법조계, 할리우드 연예계와 함께 선거 자금 모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선거자금 중 월가의 비중은 법조계 다음이었다.
그러나 현재 오바마 캠프를 찾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금까지 약 6600명이 오바마 캠프에 선거자금을 전달했는데 이 중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는 수의사나 사서보다도 적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오바마 대통령은 헤지펀드 매니저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하순 월가에서 펀드 매니저들과 모임을 가졌다. 오마바 대통령의 측근들은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저녁식사를 갖는 등 전방위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