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식품부의 꼼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일 뿐입니다."
어제 밤, 농림수산식품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대변인이 한 발언이다.
"국민적 관심사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뭉갤 수 있나." 기자실에선 공무원과 기자들 간에 때 아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농식품부는 21일 오후 늦게 '일본산 까나리 잠정 수입중단'이라는 보도자료를 한 부 배포했다. 일본이 자국 까나리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섭취 제한' 조치를 결정해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내용이 자료 한 귀퉁이에 슬그머니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주 초 일본에서 수입된 조개류(백합)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는 문구였다. 물론 허용 기준치엔 크게 못미치는 양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 중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번 양보해서 농식품부는 '방사성 물질 검출'보다는 '기준치 이하'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심을 감안한다면, 이는 너무도 안이한 태도다. 반대로, 그 중요성을 알고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면 국민들을 속이는 꼼수다.
농식품부의 이같은 태도는 유정복 장관이 공언한 "검사결과는 솔직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다짐과도 상반된다. 물론 국민들이 방사성 물질에 대해 과도한 공포증을 갖거나, 근거없는 속설에 여론이 휩쓸려선 곤란하다. 그러나 '과도함'이나 '근거 유무'에 대한 기준은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감을 갖지 않고, 여론이 루머에 휩쓸리지 않는 출발점은 정부의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싹튼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농식품부 기자실의 해프닝을 보면서 기자의 마음이 답답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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