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계좌의 나라 스위스, ‘검은돈’ 과세 나선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이를 악용해 세계 각국의 ‘큰손’들은 정부의 과세를 피해 스위스 은행들에 막대한 자금을 예치해 왔다. 그러나 스위스가 방침을 바꿔 이들도 꼼짝없이 당국의 세무추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스위스가 탈세를 목적으로 한 비밀자금을 통제하기 위해 다른 유럽국가과 협조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독일과 영국은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자국민들의 미신고자산에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스위스와 올해 여름까지 협의를 마칠 예정이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같은 내용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2005년부터 이같은 내용을 스위스에 요구해 왔다.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각국의 미신고자산의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스위스측과 과세에 합의될 경우 독일은 첫 해에만 500억 유로를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도 이를 통해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미국인 탈세 혐의자들의 명단을 미 국세청(IRS)에 넘기기로 했으나 스위스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스위스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던 적이 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에 따른 금융권의 수입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11%, 일자리 20만명을 창출할 정도로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로서 미신고자산에 크게 의존해 왔던 스위스 프라이빗뱅크(PB) 업계에 합병 등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네바의 로펌 타베르니어샨츠의 안드리오 오를레르 세금전문가는 “이는 국제기준을 따르라는 서유럽 각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은행의 비밀주의 원칙도 지키려는 것”이라면서 “스위스 금융시장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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