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세계 경제 좀먹는다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조차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2일(현지시간) 발간한 월례 보고서를 인용,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세계 경제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이날 전했다.
IEA는 유가 급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올해 원유 소비량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IEA는 올해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이 지난해 보다 140만배럴(1.6%) 늘어난 894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평균 유가 전망치를 20% 상향조정했다. IMF는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어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면서 "올해 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7달러, 내년 108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지난해 가을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78달러로 제시했지만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지난 1월 89달러로 올려 잡았다.
IMF는 “공급 차질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유가가 2008년처럼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는다면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0.75% 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MF가 예상한 올해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2.5%다.
연간 석유 소비량 75억배럴 가운데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에 따라 지난 1ㆍ4분기 미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당초의 2.6%에서 2.1%로 0.5% 포인트 내려잡았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면 지난해 평균 유가인 80달러대가 유지됐을 경우보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면서 “평균 유가가 125달러까지 치솟으면 경제성장률은 1% 포인트 하락하고 150달러에 이를 경우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경제분석업체인 경제전망그룹(EOG)의 버나드 바우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유가 탓에 올해 미 경제 전망치를 3.5%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9%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역시 고유가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솔린 가격은 최근 갤런당(약 3.785ℓ) 3.77달러까지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센트 오른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4~9월 미국 평균 가솔린 가격이 전년동기의 2.76달러보다 40% 상승한 3.86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가계 지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수록 다른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AP통신과 여론조사업체 GfK가 지난달 24~28일 공동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는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향후 6개월 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71%는 가솔린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소비재 지출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될 수 있으면 차를 몰고 다니지 않겠다고 답한 이는 64%에 이르렀다. 53%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여름 휴가를 가까운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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