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인가 숨고르기인가...기로의 한국원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값싸고 안전하다던 원자력발전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 방사능 누출사고로 이어진 참사는 원전 뒤에 숨겨진 무한대의 리스크를 실감케 했다. 주요국이 신규건설 및 노후원전 가동연장을 신중히 검토하게 되면서 원전 르네상스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국내서도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재편하거나 심지어 폐기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는 영광 1~6호기, 울진 1~6호기, 월성 1~4호기, 고리 1~4호기, 신고리 1호기 등 모두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일부는 수명 연장에 들어간 상태. 이들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은 작년 말 기준 1474억kWh로 국내 전체 발전량의 34.1%를 점한다. 석탄(44.6%)에 이은 2위다. 3, 4위는 액화천연가스(LNG. 15.1%)와 석유(3.2%)다. 정부는 향후에 약 10기 이상 원전을 지어 2030년 기준 원전의 발전비중은 59%로까지 올릴 계획이다.
우리가 원전에 '올인'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데다 건설비용이 덜 든다는 게 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kWh당 발전원가는 원자력 39.6원, 유연탄 60.8원, LNG 128.0원, 유류 184.6원이다. 원전 중심의 정책 기조와 방향이, 일본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급격히 바꿀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정부당국도 고민이 깊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에 매년 전기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전 외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과 환경시민단체는 당장 기존의 에너지정책부터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고 원전건설 후보지인 강원 삼척 등은 이미 지자체장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차기 대선에 원전과 사용후 핵연료 등이 이슈로 부상할 경우 원전 문제는 정치,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게 된다. 대안을 찾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신재생에너지는 막대한 투자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증대는 온실가스배출을 늘리는 단점이 있고 무엇보다 투자비용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며 기업에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로디아 분석에 따르면 향후 신재생에너지보다 화력발전이 원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에 기준안 대비 17억t(석탄 13억t, 천연가스 3.81억t)을 초과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가동중지된 원전(약 10GW)를 화력발전이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는 연간 7000만t, 독일은 노후원전 폐쇄시 연간 4900만t이 늘어난다고 봤다.
원전비중이 감소하면서 탄소배출권가격은 3월 한주새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20유로 이내인 배출권가격은 2030년에는 38유로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가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을 도입할 경우 배출권가격 급등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민간기업에는 부담으로, 발전사에게는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녹색성장연구본부장은 "신규 원전 건설 및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책을 제시해야한다"면서 "원전을 대체할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서 탄소포집 및 저장, 고효율 석탄화력발전기술 등에 대한 기술개발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동북아 3국간 원전 안전 이용을 위한 국제공조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의 원전은 한국에, 한국의 원전은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지리적 특성으로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중국은 (한국과 마주보는) 동부해안에 2020년까지 70GW 규모의 원전을 추가할 계획이어서 안전기술에 대한 기술협력, 정보공유, 비상대응책을 협의할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