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3040+ 프로젝트<1>베이비 부머, 그들은···
애 키우느라··· 부모 모시느라···내 노후는 캄캄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이후에도 30년에서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베이비 붐 세대의 삶을 통해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희망 30~40 플러스 프로젝트'란 기획으로 준비했다.
'은퇴와 퇴직'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록 나는 아니더라도 각 가정에 한 명 또는 두 명이 노령화되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과 민주화, 외환위기(IMF) 등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베이비 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하나 둘 경제활동에서 물러나고 있다.
뒤돌아 볼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국내 베이비 부머는 대략 712만명에 달한다.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5%에 달하는 거대 집단이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새 베이비 부머가 본격적인 은퇴의 길을 걷게 되며 20년 이내에는 1100만명(64년∼74년생)에 달하는 경제활동 인구가 일손을 놓게 된다.
오는 2030년에는 한국의 은퇴인구가 대략 1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노후대란'이란 표현이 생경한 감이 있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행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은퇴 이후 30년 또는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생아 수 감소에 따른 청년 및 장년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은퇴 이후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 즐겁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를 지나 초고령화사회 진입의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퇴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베이비 부머, 그들은 누구인가 = 베이비 부머는 한국전쟁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후 태어나 산업화 초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어렸을 때 5ㆍ16 군사 쿠데타를 경험했고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이들에겐 대학 진학의 기회도 많지 않았다. 남아 선호 사상이 남아 있어 여자들에겐 대학진학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자랐고, 소 판 돈으로 대학을 다녀야 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대도시에서 산업일꾼으로 구슬땀을 흘렸던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첫 시련은 지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뭇매를 맞아야 했다.
당시 상당수가 직장을 떠났다. 퇴직과 함께 통닭집, 호프집 등 자영업에 나섰지만 성공스토리는 흔치 않다.
두번째 시련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IMF 때와 달리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당시 중견간부급이란 점에서 가장 많은 눈총을 받았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핵심 역할을 해 왔지만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퇴출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측은세대라고 할 수 있다.
◇어깨가 무거운 한국의 베이비 부머 = 한국의 초기 베이비 부머가 55세 전후라는 점에서 아직 '노인'이란 호칭은 어색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미혼 자녀를 두고 있다. 퇴직은 앞둔 시점에서 미혼 자녀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부모로서의 역할(한국 사회에선 더욱 더 부담이 크다)이 남아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실제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 : MetLife Mature Market Institute)와 서울대학교 노화ㆍ고령 사회연구소가 최근 전국 15개 시ㆍ도의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베이비 부머 466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베이비부머 93.1%가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녀를 두고 있다.
미혼 자녀중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를 둔 베이비 부머도 38.3%에 달했다. 대학 졸업 및 결혼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4년에서 10년 정도는 부모로서의 책임이 남아 있는 셈이다.
반면 79.8%는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중 한 분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적 위치에서 보면 윗세대와 아랫세대 틈에 끼어 이는 전형적인 '끼인 세대(Sandwich Generation)'인 셈이다.
자녀의 학비와 결혼 비용, 부모 봉양, 은퇴 준비 등 이중, 삼중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 베이비 부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이들은 전체의 22.9%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수년내 그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앞으로 2∼3년 후 베이비 부머의 부모세대가 80세 이상 초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지원 요구가 늘어나 베이비 부머의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커져가는 한국 베이비 부머의 고민 = 한국 베이비 부머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386만원 정도. 국내 전체 가계 평균소득의 1.12배에 달한다.
하지만 소득의 상당부분을 자녀 양육 및 교육에 지출, 베이비 부머 자신들을 위해서는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생활비의 20% 이상을 자녀 양육 및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지출부담은 ▲자녀의 교육비 ▲자녀 결혼 자금 ▲자신의 은퇴 자금 등이지만 대부분 은퇴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노후를 최우선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베이비 부머들 역시 노후준비의 중요성을 자각하고는 있지만 하루 하루 삶이 팍팍한 전쟁터인 만큼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MMI와 서울대 노화ㆍ고령사회 연구소의 조사결과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의 걱정은 크게 퇴직 이후 '어떻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25.9%)'와 '노후에도 경제적 필요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지(23.2%), '장기병 간호비 문제(18%)', '경제적 준비부족(16.3%)',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되는 문제(6.5%)' 등의 순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걱정은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부부만 남는 빈둥우리(Empty nest) 기간이 무려 19.4년에 달한다. 배우자 사별후 시기도 6.2년이다. 은퇴 후 25년 이상을 견뎌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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