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UAE)=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부터 원유 12억배럴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아부다비 왕실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작전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UAE의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은 물론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과는 각별한 관계다.

모하메드 왕세자와 한국의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부다비를 방문해 할리파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를 만나 UAE의 각종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고,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에너지·자원, 정보기술(IT)·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같은 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며 친분과 신뢰를 쌓았고, 2009년말 우리나라가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때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979년 현대건설 재직 당시 UAE를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친분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불러 특사자격을 부여하며 아부다비 유전 확보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전사업은 우리가 한참 뒤처져있다. 석유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면 승산이 없다. 미래성장동력 차원에서 공략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 담당부처인 지식경제부 대신 미래기획위원회에 이번 일을 맡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유전사업은 처음부터 막혔다. 곽 위원장이 아부다비측과 유전 이야기를 꺼냈지만, 돌아온 반응은 "유전 만큼은 절대 안된다"며 싸늘했다. 우리 석유공사는 세계 77위에 불과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메이저업체들이 장악한 아부다비 유전에 명함을 내밀 처지가 아니었다. 유전 개발·운영을 제대로 해본 경험도 없었다.


지난해 7월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이 대통령은 곽 위원장을 통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석유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한국을 참여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순한 유전 개발 사업자가 아니고 100년 앞을 내다보는 아부다비의 경제협력 파트너"라고 설득했다.


곽 위원장은 "고비때마다 대통령이 아부다비 측에 친서를 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고비마다 친서를 보냈다. 그 횟수만 6차례에 이르렀다.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몇번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 협상의 물꼬를 트고, 우리와의 협력이 가져다줄 이익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우리는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 전략에서 에너지·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잘 배려해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지금은 석유개발 기술이 모자랄지는 모르지만 산업화의 경험이 있는 나라인 만큼 UAE의 석유 자원화 능력 배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설득에 나섰다.


특히 전후의 폐허에서 조선 1위 국가이자 자동차, 전자, IT 등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오른 대한민국의 산업화 경험을 믿고 맡겨달라는 이 대통령의 설득이 이어지자,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은 파이팅이 있는 나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미래기획위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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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획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석유공사 관계자들도 UAE 정부 당국자들을 겨울에 국내 스키장으로 초청해 스키를 함께 타는 등 인간적 친분을 쌓는데 주력했다. 곽 위원장은 "내가 대통령특사로 10여차례 아부다비를 방문했고 상대 협상팀도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왔다"고 했다.


양국간 서명을 2주일 앞두고 최종협상 과정에서 마지막 고비가 찾아왔을 때에도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연락해 쐐기를 박았다. 그야말로 '세일즈외교'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아부다비(UAE)=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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