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스는 노을이가 그토록 선망하는 필드에서 맹활약 해 약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0년 우수탐지견으로 뽑혀 '탐지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 친구는 지난해 7월 국제우편세관에서 합성대마 5g을 적발해낸 것을 비롯해 2010년 마약류 밀반입 13건을 적발했다. 닉스가 1년 동안 찾아낸 마약은 모두 30kg, 3000만원어치다. 노을이가 부러워하는 이유다.
노을이는 최종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불안했다. 훈련에도 게을러졌고 계속 엇나가기만 했다. 엄마 말도 잘 안 들었다. 당시 노을이는 '사춘기'였다. 최동권 탐지견훈련센터 팀장은 "노을이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해오던 공부만 시키니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걸 안 풀어주면 서서히 망가진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예비 탐지견들의 하루는 고3 수험생의 하루 만큼이나 규칙적이고 빡빡하다. 아침 8시 전후에 기상해서 정확히 9시에 배변을 하고 잠시 산책을 한 뒤 10시께 훈련을 시작한다. 점심먹는 시간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 정도 쉰 다음엔 다시 고된 일정. 이렇게 오후 4시까지 쉼 없이 움직인다. 장애물훈련ㆍ대인탐지훈련ㆍ콘베이어벨트탐지훈련 등 '신체훈련'에서 대인친화훈련ㆍ지능개발훈련 등 '정신훈련'까지 코스도 험난하다. 입에 기름칠 할 일도 거의 없다. 살 찌고 둔해질까봐 엄마가 사료만 주기 때문이다.
밥값을 하려 지난 2달 동안 새 엄마와 '개 발에 땀 나게' 뛴 노을이는 기자가 찾아간 날 오랜 방황에 마침표를 찍을 제2차 최종 심사대에 올랐고 주어진 과제를 무난히 해결했다. 반 년 전 탈락한 경력 때문에 노을이가 일단 맡게 될 '보직'은 마약탐지보다 한 단계 낮은 폭발물탐지다. 맨 처음 원했던 역할은 아니지만 방황을 딛고 얻어낸 결과이기에 노을이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박은희 인턴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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