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金 위에 ‘나는’ 銀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동·북아프리카 정정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은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은의 경우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로, 금보다 더 큰 가격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 4월 인도분 가격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장 대비 0.1%(1.80달러) 오른 온스당 1415.80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금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8월 초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이번주 20명의 트레이더·투자자·애널리스트에게 다음 주 금가격 동향에 대해 설문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80%(16명)의 응답자가 다음주에도 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4명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고, 보합을 선택한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금속시세 전문사이트 더불리온데스크닷컴(TheBullionDesk.com)의 제임스 무어 애널리스트는 “리비아 반정부 시위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금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6여년 전부터 매주 금값 동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 오고 있는데, 정확도는 약 57%다.
은값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은 3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18일 NYMEX에서 장중 한때 온스당 32.87달러로 1980년3월 이후 31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최근에는 은값 상승세가 금을 웃돌고 있다. 금과 은의 교환비율인 SGR(silver to gold ratio)은 지난 18일 41.5배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8년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8월 SGR은 64배, 11월의 경우 55배를 기록했었고, 1976년 이후 평균 SGR도 약 59배 수준이다. SGR은 금 1온스가 은 1온스보다 몇 배 비싼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줄어든 것은 은값이 금보다 더 빨리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금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선물거래업체 RBC캐피탈마켓 글로벌 퓨처스의 조지 게로 부회장은 “금값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이른 바 ‘가난한 자의 금’이라고 불리는 은은 금보다 더 큰 상승 모멘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폐국에 따르면 ‘아메리칸 이글’ 은화의 1월 판매 규모는 642만2000온스로, 역대 최대 월간 판매를 기록했다. 이번달 지금까지 판매된 아메리칸 이글 은화는 260만온스 이상으로, 지난해 2월 판매량 210만온스를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은값이 상승한 주된 이유는 은에 대한 산업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의 산업용 수요는 전체의 약 70%로, 은은 가공성과 기계적 성질이 우수해 도금·베어링·사진공업·주방기기·치과용 등으로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고 있다.
헤지펀드인 컨트리 헤징의 스터링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금은 보석류를 제외하곤 대부분 창고 안에 보관돼 있어 실제로 소비되지 않는다”면서 “반면 은은 투자용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를 위한 산업용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은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GR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증권사인 TD증권의 바트 멜렉 부회장은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 은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SGR은 40배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 투자 전문사이트 실버-인베스터닷컴의 데이비드 모건 애널리스트는 “2~3년 안에 SGR이 16배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SGR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중동 불안이 지속될 경우 금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은값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을 고려할 경우 SGR은 앞으로 2~3개월 동안 50배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더뎌져 산업용 은 수요가 감소할 경우에도 SGR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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