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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사례](4)"영화감독이나 사업가나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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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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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노진성 인피니티제이앤엘 대표는 영화감독을 꿈꾸다 사업가로 전향한 독특한 케이스다. 사업아이템은 3D 안경이다. 타 업체 안경보다 품질이 좋고 알록달록한 여성·아동용 등 독특한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고객 반응이 좋다고 한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산하 창업센터에 입주한 인피니티제이앤엘은 창업 1년만에 4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려 다른 입주업체들의 부러움을 산다. 한 창업센터 관계자는 "노 대표 본인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는데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평한다. 그만큼 주목 받는 벤처 사업가이다. 그런데 어떻게 감독에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됐을까? 그의 지난 10년간의 궤적을 영화 씬처럼 나누어 따라가 봤다.

#1 2001년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다니다 영화에의 꿈을 버리지 못해 한국예술 종합학교 영화과에 다시 진학했다. 단편영화들을 찍으며 주위의 호평을 들었다. '돌고돌고'라는 작품은 국내 최고 권위의 인디영화제인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장르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노 감독'의 작품에 참여했던 제작진 중 한명이었던 이정범 감독은 올해의 화제작 '아저씨'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감독의 꿈은 '투자자'라는 현실의 장벽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밤을 새며 작성한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손사래 뿐이었다. 달리는 차 앞에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2 2008년
"좋아.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은 영화를 골라내 주지"라는 결심을 했다. 영화전문 투자 펀드매니저가 되어 될성부른 영화를 발굴하고 싶었다. 펀드 운용사 자격증을 따고 펀드 매니저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을 영화에만 묻혀 살다가 채권이니 선물이니 하는 말들은 영 생소했다. 그러나 경제란 무엇인지 돈은 무엇인지 하나씩 배워갔다.

#3-1 2009년
요즘 인기라는 3차원 입체 영화 '아바타'를 보았다. 나비가 날아서 내 눈앞에 앉는 듯 생생한 풍경이 안경너머 펼쳐졌다. '가만 있자. 그러고 보니 안경은 우리 집 전공인데..' 문득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가 떠올랐다. 노 씨 집안은 대대로 안경테 제조업체를 경영해왔다. 1953년에 선대가 창업했던 '동양셀루로이드 공업사'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안경테를 제조하며 안경산업 전성기를 이끌던 기업이었다. 노 씨에게 아버지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업이건만 3D안경을 만들려고 하자 선대의 사업이 제조 방식과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는 교과서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아버지가 하던 제조업은 마다하고 영화감독을 꿈꿨는데 다시 그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3-2 2010년
사업 시작 1년째 연초에 2~3개월간 사업 구상과 사전 조사를 거쳐 4월에 멀티플렉스 씨너스와 사업 협상을 하고 6월에 첫 매출을 기록했다. 씨너스측에는 납기일 내에 만들어 낼 자신이 있으니 믿고 맡겨달라고 했다. 노대표의 사업가 기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곤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과거 해외선박을 수주하듯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극장이 제시한 납기일을 지켜 납품했다. 그렇게 첫 매출인 1300여만원을 벌었다. 7월에는 강남청년창업센터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입주했고 올해 창업 1년만에 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3D 안경 아이키노 시리즈 (i-kino, i-mini, i-clip).

3D 안경 아이키노 시리즈 (i-kino, i-mini, i-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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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영화감독이나 사업가나 하는일이 크게 다른 건 없다"고 말한다.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하고, 모든 것을 지휘해야하며,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둘다 비슷하다는것이다. 사실 그가 진행한 사업 연혁을 보니 영화를 한편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내년엔 해외 진출이 꿈이다. 안경을 영화 상영 후 수거했다가 다시 쓰는 '알뜰한' 국내 극장들과는 달리 해외에선 1회용 3D안경이 대세라고 한다. 연간 10억개가 극장에서 소비된다.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이다.

여러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영화감독에서 3D 안경업체 대표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이 색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의 꿈을 접은 것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사업이 잘되면 3D콘텐츠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요. 하드웨어에서 많은 수익이 생긴다면 다시 소프트웨어(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순환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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