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중국 정치 개혁의 '표지판'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에서 ‘정치개혁’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광동성에 위치한 ‘선전’을 살펴보면 중국 사회의 미래상의 단초를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18일 4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 이번 5중전회에서 정치개혁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지난 8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선전 경제특구 지정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의 요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지난 30년간의 경제발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이례적인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선전이 공산당 내부에서 나온 이와 같은 이념적 논쟁에 해결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은 중국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개혁적인 도시이기 때문. 선전의 인구는 1400만명에 달하고 이중 약 1000만명은 이주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 개혁이 가장 먼저 시행된 곳도 선전이다.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1980년 선전 경제 특구를 지정, 외국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 등 특혜를 제공하며 30년간 닫혀있던 중국 시장을 열어 젖혔다.
사회 개혁에서도 마찬가지. 선전은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래 시민단체의 역할 확대를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발걸음을 지속해 왔다. 중국 정부 역시 중국 내 최대 이슈로 떠오른 부패 척결을 위해 선전에서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방법을 시험해 왔다.
물론 이와 같은 방법은 서양식 다당제 민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작은 정부, 큰 사회’를 표방한 이 정책은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되고 있다.
중국 사회 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대표적 반체제인사 류사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당시, 공산당 원로간부 23명이 언론자유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100명 이상의 정치 운동가들이 온라인을 통해 류사오보의 석방과 정치 개혁을 주장했다.
선전은 이런 사회적 요구를 의미 있는 방향으로 실천해 가고 있다. 선전은 2004년 이래 수백명의 공무원을 퇴직시키거나 이동시키면서 지방정부 규모를 3분의 1 가량 축소했다. 지난해부터는 시민 단체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 정부나 당의 직접적인 사전 감독없이 시민단체 등록이 가능토록 했다. 선전의 시민단체는 외국 자본을 끌어 쓸 수 있으며 외국인을 고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선전 지방정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이들 사회단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일례로 선전에서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던 서니 리(Sunny Lee) 사회 운동가는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이전만 해도 중국 정부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사회 구성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전 정부는 올해 초 대만 팍스콘 노동자의 연쇄 자살 사건으로 이주 노동자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시민단체와 계약을 맺고 심리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결과 현재 선전 지방정부에 고용된 시민단체는 3500개를 상회하고 있다.
선전 지방정부는 올해부터 공직에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삭제하고 복지정책에서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의미를 축소해 가고 있다. 대신 독립적인 시민단체에 복지 정책을 더 많이 위탁하고 있다.
다른 지방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 지방정부는 선전이 유일하다. 특히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왕 양 광둥성 서기가 선전의 이런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선전의 정치 개혁이 당으로부터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몇몇 당 지도부는 주도권을 잃게 될까봐 반대하고 있고 다른 이상주의적 공산주의자들은 시민사회가 공산주의 체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 강 공산당 학교 부교장은 “정부에게 있어 권력을 포기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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