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밀림의 늙은 사자(미국)와 젊은 사자(중국)가 맞붙었다. 제왕은 둘이 될 수 없으니 누군가의 편에 서야 할 시점이 올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게임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15일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환율전쟁에 대한 심경 고백인 셈이다.

확전 양상이 뚜렷한 세계 환율전쟁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 속이 탄다는 얘기다.


사실상 손 놓고 바라보는 사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10원 이상 급락(전일대비 10.80원↓, 1120.70원)했고, 14일 또다시 10원(9.80원↓, 1110.9원) 가까이 내렸다. 이틀 동안만 20원 이상 환율이 떨어진 것이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끝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 역시 환율 때문이다. 원화 강세에 아우성인 수출기업들의 목소리를 모른체 할 수 없다는 금통위의 고민도 읽혀진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표면적으로는 금통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금리 동결 직후 당국자들 사이에선 "물가 보다 환율을 택한 게 맞다"와 "물가가 심상치 않은데 왜 지금,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차익을 노린 해외 자본이 일시에 몰려와 환율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가 사실상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을 살리면서 금융위기 파고를 넘었음을 감안하면, 환율의 급락세는 커다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강만수장관 시절처럼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위안화 절상 문제로 대립하는 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며, 여기에 딴죽거는 이웃일본까지 견제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브라질, 아시아 신흥국들까지 가세해 전선(戰線)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오는 22일 경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는 지난 주말 열렸던 워싱턴 국제통화기금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그랬듯 다른 의제들이 환율 문제에 가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어 숨돌릴 틈도 없이 11월11일 서울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고 있다. 등거리 외교와 주변국 눈치보기, G20 의장국으로서의 책임, 어느 하나도 만만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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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위안화의 점진적 인상 속에 중국은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챙기면 조만간 빅2 거인들의 게임이 일단락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문제는 G20 의장국으로 중재역을 강요받으면서 사실상 환율전쟁터 강제로 끌려나간 우리나라가 자칫 껍데기만 남은 채 G20의 얼굴마담 노릇에 그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윈윈(win-win)이 불가능한 환율 게임의 특성상 다자틀로는 절대 환율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G20의 역할과 위상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지금 그 중심에 서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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