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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라. 그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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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휴넷 골드명사 특강

"울지마라. 그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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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서 기자]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선선해진 탓일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직감한 이들의 시인과 시를 찾는 발길은 크게 붐볐다. 시간과 사람의 발길이 빠르게 오가는 서울 강남 한 복판인데도 말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등으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평일 저녁인데도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14일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란 주제의 특강에서 정호승 시인은 "시는 쉽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시의 기본은 은유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마음속에 시를 품고 있습니다"
그는 "시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시가 멀어보이는 건 우리가 은유적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이를 느끼거나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화장실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란 문장도 직접적인 표현 대신 은유를 택했기 때문에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 이런 은유가 깃든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며, 은유가 결핍돼 직설적인 독설이 난무하는 사회는 공격적이고 투쟁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은 정호승 시인이 이날 1시간30여분동안 토로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적 통찰의 편린들.

"우리 인생에 가장 큰 화두는 사랑이며, 모성을 생각하면 사랑을 이해할수 있다"(자작시 '잘자라 우리 엄마'를 설명하면서)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개가 핥던 밥 그릇을 나도 핥는다/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인간의 욕심과 탐욕을 반성하면서 썼다는 '밥그릇'의 한 대목)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자작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한 대목. 눈물과 그늘, 증오, 절망의 비바람도 와야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면서..)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수선화에게'란 시의 한 대목.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며 이 때문에 외로운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면서...)




박종서 기자 jspark@
사진 = 안영준 기자linus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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