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서점가 달구는 금융 CEO '책책책'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수년간 한 우물만을 판 전문가가 쓴 책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귀중한 간접 경험이 돼 준다.

특히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경영 최전선을 이끌어 온 기업 CEO가 쓴 책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번 여름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 하고 무릎을 칠 만한 금융계 유명 CEO들이 인생 경험을 담은 저서를 펴내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인으로서 40년간 근무해 온 경험을 살려 '경제학 토크쇼'라는 재테크 서적을 펴냈다. 언뜻 표지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경제학 시리즈로 생각할 수 있지만, '토크쇼'라는 말랑말랑한 책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그의 금융 '내공'만큼이나 묵직하다.

본문 첫 장을 펴들자마자 자산운용의 근본원리, 부동산과 채권의 운용수익률, 1929년 경제대공황의 원인 등 쉽게 읽어 넘길 수 없는 내용들이 나와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는 "늘 손님으로 북적이는 밥집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선수들도 모두가 '기본'에 충실했기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재테크 역시 경제의 기본원리를 습득하고 상식적으로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데 치중하는 요즘 재테크 책들과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그의 성품 때문에 출판기념회도 없이 조용히 출간됐지만, 서점가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계 첫 5연임 신화를 세운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의 '야성으로 승부하라'는 퇴출 위기에 놓인 코리안리를 일으켜 세운 박 사장의 경험이 녹아 있는 경영 서적이다.

'자서전'적인 성격으로 진행되면서도 기업 경영에 있어서의 야성의 중요성과 야성을 키우는 법 등을 자세히 풀어놓고 있어 경영서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매년 직원들과의 백두대간 등정을 통해 조직력과 일체감을 강화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전체 목차를 야성적 인재 트레이닝법, 관료출신 CEO의 의지관리기술, 직선형 CEO의 문제해결법, 야성적 인재의 자기관리법 등으로 나눠 '야성'과 'CEO'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펴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민족을 품고 세계를 꿈꾸다'는 '민족 고대'를 '글로벌 고대'로 바꾼 어 회장의 고려대 총장 시절 4년간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지난달 31일 어 회장의 총장 퇴임기념 고별강연의 주제로도 쓰였다.

국내 명문대 중 하나였던 고려대를 아시아 사립대학 최초로 '더 타임즈(The Times)'의 세계 대학평가 100위권 내 대학으로 진입시킬 수 있었던 저력과 교내 캠퍼스를 새롭게 바꾼 추진력 등이 책 내용에 녹아 있다.

또 영어강의를 30% 이상으로 늘리고 600개의 대학과 국제교류협력을 맺는 등 고려대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낸 과정도 잘 표현돼 있다. 어 회장은 이 책에서 "국제화 시대에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우리나라 젊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