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델 누르고 '쓰리파' 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경쟁력 확보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휴렛팩커드(HP)가 미국 데이터 저장장비업체 쓰리파(3Par)를 놓고 델과 벌인 인수전에서 최종 승자로 확정됐다. HP는 이로써 쓰리파의 스토리지 기술을 활용해 클라우드 컴퓨팅분야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될 전망이다.
HP는 2일(현지시간) 주당 3달러를 더 높인 33달러를 제시해 주당 32달러를 제시한 델을 제치고 쓰리파를 품에 안게 됐다. 이로써 그간 미국 PC사업 1위, 2위 업체인 양사가 쓰리파를 두고 벌여온 치열한 인수경쟁이 마감됐다.
이번 인수경쟁은 델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쓰리파를 주당 18달러를 적용한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367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HP가 주당 24달러를 제시했으며 치열한 접전 끝에 가격은 주당 33달러까지 치솟았다.
델은 2일(현지시간) 자정까지 HP가 제시한 주당 33억 달러 이상의 가격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회신을 하기로 했으나 가치평가 결과 더이상의 가격 제시는 힘들다고 판단해 포기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데이터 저장장비업체인 쓰리파는 HP와 썬의 출신들이 주축이 돼 지난 1999년 설립됐으며, 직원수는 670여명 정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비인 스토리지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분야 강자인 EMC와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 통계청, 뉴욕증권거래소, 마이스페이스, 버라이즌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토리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씬 프로비저닝(Thin Provisioning)'이라는 기술을 처음 개발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4월 말 국내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프로비저닝이란 낭비되거나 사용되지 않는 스토리지 공간을 줄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HP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쓰리파의 스토리지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센터구축 사업은 HP의 주력사업중 하나인 PC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뛰어나 향후 먹거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월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쓰리콤을 인수하며 네트워크 제품군 강화에 나선 HP는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에서 인수한 회사의 기술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 IBM 등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시대에 대비한 글로벌 IT업체들의 인수 사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인텔은 글로벌 보안업체 맥아피를 인텔 역사상 최대 인수 규모인 76억 8000만 달러(한화 약 9조 125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독일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온의 무선사업부(WLS)를 약 14억 달러의 현금 거래로 매입한다고 밝히는 등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업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유비쿼터스 컴퓨팅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최근 무선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바야흐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IT기업들은 DNA를 바꾸는 작업에 한창"이라며 "미래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는 글로벌 IT업체들의 M&A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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