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출구는 없다.' 금융위기의 양대 진앙지인 미국과 영국이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재차 침체 신호를 보이면서 특단의 대책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상원 반기통화정책보고에서 자산 추가 매입을 포함한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란은행(BOE) 역시 저금리를 장기화하는 한편 2000억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난이 불거지기 전까지 정책자들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하며 '출구'를 거론했으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금리인상을 포함해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풀어낸 과잉 유동성을 걷어내는 일은 갈수록 요원해지는 양상이다.
◆ 美 연준-英 BOE 다시 유동성 펌프질 = 연준이 이른바 '울트라 부양책'을 결국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다. 버냉키 의장도 고용과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말해 시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준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네 가지(본지 20일자 '우울한 美 경제지표 버냉키의 선택은' 기사 참고).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장 적극적인 조치는 국채 및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추가 매입이다. 위기 전 1조달러를 밑돌았던 연준 자산 규모는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인해 2조3000억달러로 불어난 상황.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이대로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 연준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추가 매입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이자 지급을 중단해 은행권 대출을 유도하고, 성명서에 저금리 기간을 물가 등 특정 지표가 목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버냉키 의장은 "만약 미 경제 회복세가 둔화된다면 연준의 카드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거나 여러 대책 가운데 우선적으로 시행할 묘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적신호가 켜진 영국 역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영란은행(BOE)은금융위기 이후 2000억파운드 규모로 시행한 양적완화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고조되고 있지만 유로존의 재정난과 미국 경기 후퇴로 인해 영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위원은 연합정부의 내핍정책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ING파이낸셜마켓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유로존과 미국 모두 인플레보다 디플레 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라며 "BOE의 양적완화 재개가 확실시되며,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3분기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증시 '버냉키 충격' = 장 초반 상승 흐름을 타던 미국 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방향을 돌렸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버냉키 의장의 우울한 경기 전망이 3대 지수를 3일만에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가 1.07% 떨어진 1만120.53에 마감했고,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 역시 각각 1.58%, 1.28%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는 연준의 경기전망보다 추가 양적완화를 서둘러 시행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투자자를 실망시킨 것으로 풀이했다. 이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확인한 시장은 이날 통화정책보고에서 버냉키 의장의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했다는 얘기다.
월가의 스트래티지스트인 존 스톨츠퍼스는 "경기 침체 신호가 짙어질 경우 필요한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똑같은 음반을 재생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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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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