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전당대회장에서 하나같이 당의 화합과 국민과의 소통을 ‘반드시 해 내겠다’고 다짐하며 서로가 적임자라고 외쳤습니다. 왠지 정치인은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보다는 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70%가 반영된 한나라당의 대의원 투표 결과를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는 보다 뚜렷하게 제 갈 길을 간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후보 6명 전체의 총득표가 66.1% 9827표로, 계파별 국회의원 수와 대충 비슷한 득표가 된 셈입니다.

친이계 조직이 당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친박의 입장에서 보면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던 과반수의 대의원들이 불과 2년 반 만에 그 세력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친박에 대한 친이의 보호색은 날로 짙어만 갈 것입니다.


박근혜 의원이 직접 뛰어들지 않은 전당대회의 결과라고 해석하기엔 성적분포가 너무 뚜렷합니다. 친이계 후보가 상위 4명을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친박의 위상은 생각보다 위축됐고, 향후 이 구도를 지키려는 친이 세력에 의해 한나라당은 더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이계는 40대 나경원 후보의 선전(善戰)을 통해 여성후보를 발굴했다는 소득이 있는 반면, 친박계 후보 4명은 대의원의 30.3%인 총 4520표를 얻고도 표의 분산으로 인해 겨우 한 명밖에 최고위원을 내지 못한 전략적인 실패를 자초했습니다.


전당대회는 공인된 쇼 무대입니다. 정두언 후보와 남경필 후보가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친이계 지분의 한 석을 늘린 반면, 친박계인 이성헌 (1301표) 이혜훈(1034표) 한선교(403표) 후보가 그런 이벤트를 연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는 사실에서 친박에는 강력한 좌장과 쇼맨십이 없다는 사실도 읽을 수 있습니다.


결론은 이런 계파투표의 구도를 깰 묘안이 없는 한, 박근혜 전 대표가 부동의 대권후보라고 하더라도 2012년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70%가 반영되는 당심과 30% 민심의 역학사이를 유영(遊泳)해야 하는 고달픈 비행이 계속되겠죠.


대의원 투표에서 3021표를 얻은 안상수후보와 2372표를 얻은 홍준표 후보. 두 후보의 여론조사 합산이, 각각 4316표와 3854표로 460여표의 차이에서 보듯이 접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안상수 후보를 당의 얼굴로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그가 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국민들은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개 전당대회에선 조직과 바람의 대결양상을 띠기 마련입니다. 그 경우 바람이 이겨야 당에 활력이 넘치고 새 인물이 영입되어 세대교체가 빨라지는, 이른바 ‘변화와 쇄신’의 속도가 붙는 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안상수 대표가 앞으로 변화와 쇄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합니다.


명색이 제1당이자 집권당의 대표를 경선하는 검증무대에서 여전히 구태의연한 병역기피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사실. 그건 1997년 이후 2002년과 2007년에 이르기까지 13년 동안 한나라당의 뿌리와 정서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 율사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편인데, 검찰출신이 계속 집권당의 지도부를 구성해가는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장차 정치권에서 주도해야할 검찰개혁 과정에서 정치적 비호세력이 될 소지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는 않습니다.


화합과 소통이란 단어는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말이 구호로만 난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당대회과정에서 화합과 소통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많이 연출됐으니 국민들은 앞으로 더 눈을 부릅뜨고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한 정치인이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떤 분 자녀 결혼식에 갔는데 고위공무원 한 분이 왔더군요. 제 전화번호를 달라고해서 아, 이분이 국정운영 하는데 혹시 조언을 구하려나 싶어 제 전화번호를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는 한 번도 오지않고 스팸메일만 오더라구요. 자기홍보만 열심히 했습니다. 동향이고 동갑이고, 친구의 친구고. 서로 그런 관계인데... 저는 전화할 줄 알고 문자를 줬지 무슨 홍보문자 보내라고 전화번호 준 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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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이없는 경우 참으로 많으시죠? 소통은 분명 되는데 언제나 일방적인 게 문제가 아닐까요?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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