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아시아 넘어 세계로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나머지 유리창도 다 깨진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관리를 포기한 건물인줄 알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도 깨기 때문이다. 그 건물은 강도와 절도같은 강력범죄의 소굴이 될 수도 있다. 깨진 유리창처럼 작은 부분이 도시의 치안을 망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Theory)'이다. 김봉수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고객 불편사항을 깨진 유리처럼 생각한다. 고객 불편사항이 누적되면 결국 기업경쟁력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조직의 S라인 몸매와 초콜릿 복근 만들기의 시작도 결국 내부와 외부고객의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있다. 최초의 민간출신 이사장을 맞은 거래소의 몸짱 조직 만들기와 자본강국 코리아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진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난해 공공기관 연봉 1위로 신의 직장으로 세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꺼번에 받았던 한국거래소 직원들. 최초의 민간 출신, 주주들이 투표로 직접뽑은 이사장에게 새해 벽두부터 강펀치를 맞았다. 1월4일 오전 취임식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얘기했다.
750명의 인원을 10% 이상 감축하고 간부직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임원 임금을 50% 이상 삭감하고 전직원 임금도 5% 삭감하고 시간외수당도 깎아 인건비를 절감하겠다고 했다. 업무추진비,홍보비,행사비 등 경비예산도 대폭 절감하고, 복리후생제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의 구조조정 발언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았다. 취임식날 이사장 직속기구로 개혁추진단부터 만들었다. 이창호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이 단장을 맡았다. 개혁추진단에는 내부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참여시켰다.
취임 보름만에 임원 18명중 절반인 9명을 물갈이했다. 1월27일에는 부서장 40%를 바꿨다. 조직을 축소, 부서장 자리도 5개를 줄였다. 부하직원 선택제도 도입했다. 이틀 후 팀장 인사에서도 40%가 물갈이됐다. 새로 팀장에 보임된 29명 중 13명을 과장(M2)급으로 대거 발탁, 연공서열을 타파했다.
◆S라인-초콜릿 복근=김 이사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대한 질문에 S라인 몸매와 초콜릿 복근 얘기를 했다. 공공기관 해제를 요구하기에 앞서 체질이 강한 조직을 만들어 성과를 내면 공공기관 해제와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논리였다.
취임 한달이 안돼 간부들을 물갈이 한 김 이사장은 비어있던 본부장 두 자리에 자신과 같은 증권업계 인사를 앉혔다. 박종길 전 동부증권 부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진수형 전 한화증권 사장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선임했다. 부서장과 팀장 인사로 민간기업식 효율성을 이식할 인물로 증권사 CEO들을 선택했다.
일부에서 낙하산, 측근 인사란 불만을 제기했지만 경쟁자가 없어 경쟁할 필요가 없고, 수수료 수입으로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도전의식이 없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이사장은 이같은 복지부동식 조직문화의 예로 직책정년제를 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직책정년제에서는 부장이 되고 5년후 임원이 되지 못하면 정년퇴직해야 한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생긴 제도지만 이로 인해 직원들이 진급을 늦게 하려 하면서 성과를 내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
김 이사장이 구조조정과 함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보상체계의 변화다.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해 점수에 따라 성과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보상체계를 바꿀 계획이다. 불요불급한 비용과 인원은 줄여야 하지만 일 잘하는 직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으로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 고객은 경영목표=김 이사장은 유난히 고객을 강조한다. 증권사 사장시절부터 언제나 고객을 앞세웠다. 신생 증권사를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시킨 저력도 고객을 우선시하는 경영이라고 얘기했다. 이같은 고객을 섬기는 그의 철학은 거래소 이사장으로 와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개혁추진단이 내놓은 '신경영비전' 선포식에서 거래소는 설립 후 처음으로 '고객'을 얘기했다. '고객과 함께하는 글로벌 선진거래소'. 그동안 권위적인 감독기관이라는 이미지의 거래소를 '고객 중심 서비스기관'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경영비전에 확실하게 못박은 것.
이 자리에서 거래소는 고객만족(CS) 비전도 함께 발표했다. 내용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자본시장 파트너'다. 더이상 증권사들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가치를 키워주는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고객만족은 김 이사장의 지론이지만 이를 명문화하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간부직 인사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진행했지만 고객만족은 전직원들의 공감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 워크숍, 경영진 인터뷰, 상장회사 대상 설문, 전 직원 대상 설문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고객만족은 구호로만 그치진 않는다. 탈권위주의의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시위원회는 올해 제1차 정기감리 기간인 이달부터 '감리업무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개선방안은 감리 피드백 시스템, 이동식 감리분석시스템, 감리 핫라인 등 회원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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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의 상징인 임원들도 바뀌었다. 이전 9시였던 임원들의 출근시간을 증권사 출근시간인 7시30분으로 당긴 것은 이미 취임 초부터다. 한 증권업계 임원은 "거래소를 찾아갔는데 임원이 로비까지 내려와 깜짝 놀랐다"며 "과거와 달리 거래소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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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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