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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만 소하르에서 찾은 '부가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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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준공한 세계 최대 아로마틱스 플랜트, 제조업에 희망을 주다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뜨거운 태양.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사막.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한산해진 느낌을 주는 중동의 허브,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오만 소하르로 가는 210km의 여정은 여느 중동지역과 비슷하다. 두바이가 속한 UAE를 벗어나 오만으로 접어드는 곳부터는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우뚝 우뚝 솟은 산들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산은 아니다. 벌거숭이다. 제대로 된 나무 한 포기 없는 황량함이란···.

모래사막 대신 높다란 바위산들이 펼쳐져 있는 그곳에서 30여분쯤 달리면 버스는 소하르공단에 닿는다. 소하르는 정유공장과 초대형 담수시설, 발전소, 비료공장, 폴리에틸렌 플랜트 등을 건설하는 110억달러가 투자된 오만 최대의 산업단지다. 이 공단에는 GS건설이 건설한 아로마틱스(Aromatics) 플랜트도 위용을 자랑하며 들어서 있다.

아로마틱스는 방향족(芳香族)을 지칭한다.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되는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이 그들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내외장재, 나일론 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연간 102만톤의 방향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곳도 여느 플랜트 현장처럼 굵고 가느다란 복잡한 배관과 함께 불꽃이 피어오르는 굴뚝이 솟아있다. 여느 중동의 플랜트 현장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지난 2월4일부로 최종 계약이 완료돼 기술적으로는 이미 완공된 거나 다름없는 현장이다. 2009년 9월부터는 파라자일렌 생산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달말이면 일부 상업운전에 대한 보증이 끝나고 현장에 준공 이후 잔류중이던 인원까지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간직= 하지만 이곳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숨어있다. 해외건설이 국내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현장이었다. 지난 2006년 6월 발주처인 '아로마틱스 오만 LLC(AOL)'와 계약했으니 4년여 전쯤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12억9000만달러가 투입됐다 .

이 재원의 80%가 국내 제조업체와 협력업체로 흘러들어갔다. "중동에서 연중 가장 좋은 계절에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 이곳 현장을 2년여간 지켜온 나승수 부장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UAE 등 중동현지를 담당하는 승태봉 상무도 한마디 거든다. 벌써 섭씨 30도를 넘는 기온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데도 '선선한 날씨'라고 소개한다.

승 상무는 "다른 플랜트 현장이라면 국내 제조업체와 협력업체에 돌아가는 공사비용이 35~40% 정도에 머무는 것이 보통"이라며 소하르 아로마틱스 현장이 한국 경제에 특별한 부가가치를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교환기 등 장치기기나 배관 등의 기술력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품질과 납기준수 등의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소개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보니 자연스레 플랜트 현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국산기자재 사용 현장이 됐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 부가가치 제고 이끌어= 승 상무는 대부분의 플랜트 현장은 발주처에서 국산 기자재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수의 제조업체나 장치업체들이 즐비, 건설업체는 발주처가 제시하는 업체들의 제품 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건설업체가 자유롭게 기자재 생산업체나 시공 협력업체를 선정했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UAE 등 이른바 GCC 6개국 중 석유자원이 가장 빈약한 나라다. 그러다보니 플랜트 발주도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투자 방식으로 시행됐다." 승 상무는 "한국 수출입은행이 전체 프로젝트의 45%, 산업은행이 5%의 지분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프로젝트의 과반정도 지분을 차지하는 탓에 외국 정부가 우리 기자재나 협력업체 선정을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국 땅에 과감하게 투자한 금융기관들로 인해 국내 경제주체들이 활력소를 찾았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에 잔뜩 움츠리며 건설업체들의 분양사업을 위한 신규 PF나 기존 PF 연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대안이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보여줬다. 금융기관은 물론 건설업체와 중소 협력업체들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 현장이기도 하다.

세계적 건설업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GS건설은 물론 금융기관의 투자방식에서 석유 2차제품의 '방향족 냄새'가 아닌 '아로마 향기'가 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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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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