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이 있습니다. 20대를 거치지 않고 30대에 진입할 수 없고, 30대, 40대에 꿈과 도전의식을 가져야 아름다운 노후생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하라는 말이 생겼을 것입니다.


젊었던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좋은 환경에서, 돈 많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걱정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생후반전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적지 않은 리더들은 가혹하리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로지 확실한 인생로드맵을 만들어 삶의 열정을 잃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20대 전반전. 젊은 시절.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애송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대학생들이 쓴 ‘이십대 전반전’이 그래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5명의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기만의 이야기, 불안을 강요하는 세상에 옐로카드를 던지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좌절보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이들의 모습에서 밝은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현실은 불안한 주거, 치솟는 등록금, 가혹한 취업난이 이들을 압박하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보편적인 한국사회, 그들이 주체가 돼 다른 세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감싸고자 하는 모습은 어쩌면 신선한 충격이기도 합니다.


‘이십대 중반전’을 접하면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짐 캐리와 스콧 애덤스, 수지 울만입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암울하기만 했던 환경에서 스스로를 극복해온 주역들입니다. 어쩌면 20대 전반전에 나올 만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짐 캐리는 영화배우였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부와 명예를 함께 거머쥔 사나이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의 젊은 시절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영화배우들이 그렇듯이 그에게도 무명시절은 있었습니다. 가난과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에게도 부자에 대한 열망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미래 자신의 행복방식을 어떻게 풀어 나갈까? 잠시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 속에서 그가 취한 행동.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작정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준비해간 수표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적요란에 ‘출연료’라고 적었습니다. 스스로에게 1000만달러를 지급한 것처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5년 동안 이 수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는 그 위조수표를 수시로 꺼내 봤습니다. 그리고 자랑했습니다. 훗날 진짜 1000만달러를 넣고 다닐 꿈을 꾸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덤 앤 더머’, ‘배트맨’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출연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그가 받은 출연료는 그가 스스로에게 발행해 간직하고 다녔던 수표금액보다 훨씬 많은 1700만달러나 됐습니다.


그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당시 그는 가장 비싼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됐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헐리우드 영화배우가 된 것입니다.



스콧 애덤스와 수지 울만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콧 애덤스는 세계적인 만화가입니다. 수지 울만은 누구나 인정하는 금융가의 귀재로 꼽히는 사람이죠. 그들의 생활 습관은 짐 캐리 못지않게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애덤스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 밑에 다음 목표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수지 울만은 어떻게 살았을까? 젊을 때 그의 수입은 한 달에 고작 400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좌절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젊고 강하고 똑똑하다. 최소한 한 달에 1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나는 갖고 있다.” 이렇게 메모한 뒤 그는 이를 행운의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습니다. 훗날 그는 금융가의 귀재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농부는 바삐 일하고 또 일한다. 농부가 바쁘지 않으면 겨우내 양식은 누가 마련하랴.”


“게으른 사람은 겨울에 얼어 죽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네 먹을 것은 네 손으로 벌어라.”


“비료와 노력이 결정하는 것이니, 종자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다.”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땅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되지 못할까.”


많이 듣던 말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속담이죠. 돈 한 푼 없어 쩔쩔매는 농부들도 이 속담을 떠올리며 일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삽과 괭이를 들고 논밭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거머리로 가득 찬 축축한 논에 발을 담근 채 이런 속담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온 것이 우리 부모님들입니다.


종자를 따질 겨를도 없이 빈 땅만 있으면 개간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땅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원리를 터득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릿고개를 넘겼고, 긴긴 겨울을 굶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계획을 잘 세워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서로 도우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때우며 어려웠던 시절.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얘기가 아닙니다. 1960년대, 1970년대의 우리의 농촌상황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떻습니까? 어딜 가도 명품족이 들끓습니다. 선진국형 스포츠가 세계시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분명 우리는 분명 선진국입니다.


그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단 한 평의 빈 땅이라도 확보되면 불평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앞선 세대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짐 캐리가 지니고 다녔던 수표는 분명히 위조된 것이었습니다. 수지 울만이 부적처럼 소유하고 다녔던 쪽지의 내용은 한 달에 400달러 수입밖에 되지 않은 청년에겐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자기도취에 빠진 한 청년의 애교스런 행동 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허기진 배를 채웠던 시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부질없는 신앙(?)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학자들은 실패를 확률로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실패를 실험이라고 말합니다. 성공한 경우의 대부분이 실패가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기회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기회가 어디서 나올까? 승진의 기회가 어디서 나올까?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앞서가는 기회가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내가 어떤 희망을 갖고 있느냐, 내가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 나의 것으로 진화시키느냐-답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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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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