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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의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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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한때 세계 3위까지 치솟았던 일본항공(JAL)이 허무하게 추락하고 있다.

이번 주 중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마무리 짓고 전체 직원의 3분의 1 가량인 1만 5000여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 국내외 전체 직원이 1만 6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표현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사실 일본항공의 이 같은 경영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침체, 신종플루 등 외부요인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일본항공 내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87년 민영화 이후에도 적극적인 내부 혁신 없이 현실에 안주할 경우 이 같은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잘못된 '민영화'가 손꼽힌다. 민영화를 거치며 나리타공항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는 개선된 면을 보이기도 했으나 내부 혁신은 없었다는 의미다.

특히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심각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자회사를 늘리며 몸집은 커졌지만 그 자리엔 전직 국토운수성 관료와 퇴직자들이 들어섰다. 인수ㆍ합병을 거치면서 노조는 8개로 불어났다.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처럼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어떻게 회사를 잘 경영할지 보다는 내부 파벌간의 갈등이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민영화 과정을 거친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도 민영화 초창기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1968년 당시 정부로부터 적자투성이 공기업 인수를 제안받은 고 조중훈 대한항공 전 회장은 자서전에서 "당시 항공공사는 부하구성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령권자가 더 많은 비효율적인 구조였다"며 "인사원칙을 무시하고 인맥에 의해 채용된 직원들도 반수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무조건적인 인력감축 보다는 철저한 내부교육과 당시로서는 생소한 인센티브제도 등을 도입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후 국제선 진출을 위해 최신기종을 하나둘 도입했으며 아ㆍ태 노선에서는 일본항공을 제치고 처음으로 점보화물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높아진 비용문제도 거론된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비용절감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정호성 연구원은 "일본항공의 위기는 내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며 "특히 인건비, 기재비, 기내서비스 등에서 필요이상의 비용이 지불됐다"고 설명했다.

일본항공은 조종사들에게 '65시간 보장'이라는 특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실제 승무시간과 관계없이 65시간의 승무수당을 보증하는 제도로 지난 1970년 기장을 관리직화하며서 생겨났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이 같은 제도를 만든 이유는 반관반민이었던 일본항공 경영진측이 인사권을 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조종사들의 파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퇴직자 급부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점도 비용상승을 불러왔다. 정 연구원은 "일본항공의 이 비율은 459%로 일본 내 최고 수준이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로를 답습했던 미국 GM은 400% 선이다.

여기에 일본에어시스템(JAS)을 통합한 이후에도 기종을 다양하게 유지해 승무원 양성 비용을 낮추지 않거나 모든 노선을 대형기 위주로 편성해 공석률이 높았던 점도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일본 1위' 자리를 지나치게 믿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탑승객 유치를 위해 항공권 판매루트를 다양하게 하기 보다는 여행사에 의존했고 낡고 오래된 항공기를 그냥 방치하는 일도 잦았다. 규모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도였지만 첨단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항공동맹에 가입하는 일도 한발 늦게 이뤄졌다.

정 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그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내부 부실이 드러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항공기 조달에 이용되는 파이낸스 리스비용, 부족한 연금 적립금, 마일리지 등의 장부 외 채무가 계상될 방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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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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