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호랑이가 줄행랑 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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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추운 겨울의 어느 밤 호랑이 한 마리가 배고픔에 못견뎌 마을로 내려왔다. 어떤 집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는 집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엄마는 계속 울면 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고 겁을 주었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울어댔다. 엄마가 울음을 그치면 곶감을 주겠다고 하자 이내 아이는 뚝 울음을 그쳤다. 이를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이 자신보다 더 무서운 것인줄 알고 깜짝 놀라 도망을 친다.


이는 유명한 전래동화인 '호랑이와 곶감'의 내용이다. 호랑이의 해인 경인년이 밝았다. 그래서 요즘 여기저기서 호랑이와 관련된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호랑이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뭘까? 바로 이 전래동화에 나오는 곶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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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감을 꼬챙이 같은 것에 꽂아서 말린 감이란 뜻으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떫어서 먹기 힘든 감을 껍질을 벗겨 말리면 단감보다 더 단맛이 난다. 떫은 감을 말리면 그 크기와 무게는 3분의 1정도로 줄어드는 반면 단맛은 4배 정도 증가한다. 곶감은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그 색이 짙어져 선명한 주홍색은 점차 사라지고 짙은 붉은 빛이 감돌게 된다. 말리면 말릴수록 곶감은 하얀 가루 같은 것에 둘러싸이게 되는데 얼핏 보면 곰팡이가 핀 것 같기도 한 이것은 감의 당분이 밖으로 결정화돼 나온 것이다. 감에 내린 서리 같다고 해서 시상(枾霜) 또는 눈이 내린 거 같아 시설(枾雪)이라고 한다. 이 시상의 주성분은 포도당이다.

어린 시절 곶감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가로수도 감나무일 정도로 말그대로 감의 고장이었다. 전학 간 첫날 아이들이 감꽃으로 만들어 준 목걸이는 참 신기해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감꽃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것으로 만든 목걸이를 본 것도 역시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했던 것은 거의 대부분의 집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천막이었다. 집집마다 있는 그 천막의 용도가 뭔지 궁금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얼마 되지 않아 풀렸다. 꼭꼭 닫혀 있던 천막이 일제히 걷혀 올라가자 선명한 주홍빛의 구슬로 꿰어 만든 발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그 주홍빛 구슬은 바로 감이었다. 그 천막은 감을 꿰어 말리는 장소였던 것이다. 산은 낙엽으로 붉게 물들고 마을은 말리는 곶감으로 붉게 물드는 것이 그곳의 가을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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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밖에도 유명한 곶감 산지가 많다. 둥근 모양의 떫은 맛을 가진 둥시로 곶감을 만드는 경북 상주와 고종에게 진상했던 감이란 의미의 고종시로 만든 곶감을 생산하는 경남 산청 등이 유명하다.


이렇게 말린 곶감은 신선한 과일을 맛볼 수 없었던 옛날 겨울의 주요 간식이었다. 곶감은 그 자체로 먹기도 하고 수정과에 띄워서 먹는다. 또 곶감을 갈라 안의 씨를 빼고 호두 등 견과류를 넣어 김밥처럼 말아서 곶감쌈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요즘은 반 정도만 건조시킨 반건시도 인기다. 반건시는 감의 모양이 어느 정도 살아 있으며 속살도 훨씬 부드러워 신선한 감과 말린 곶감의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한 씨없는 감을 작게 잘라 건조한 감말랭이도 먹기가 편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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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먹는 곶감은 소화를 돕고 기침이나 가래를 해소하며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당질, 비타민, 칼슘, 탄닌 등이 풍부하고 감기예방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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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을 만드는 것은 이만저만 손이 가는 작업이 아니다. 일일이 껍질을 벗겨 고이 꿰어 말릴 준비를 하고 건조시키는 동안 내내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해줘야 한다. 건조된 정도에 맞춰 손질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곶감이 맛있는 이유는 그같은 정성과 햇볕, 바람, 추위 등 자연 속에서의 기다림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동굴 속에서 100일간 쑥과 마늘만 먹으며 곰과 함께 인간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던 호랑이. 그러나 호랑이는 100일을 견딜 만큼의 참을성이 없었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곶감이 호랑이보다 진정 무서운 이유는 오랜 기다림을 견뎌내며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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