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챔피언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챔피언은 그냥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꿈과 열정도 필요합니다. 해당분야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챔피언이란 호칭이 따라붙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때 프로 복싱세계에서 온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홍수환 선수. 그는 ‘내 인생에도 한방은 있다’는 말을 유행시켰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프로 복싱에서 한번만 다운돼도 포기해 버리는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네 번이나 다운 됐어도 다시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KO시켜 버렸습니다.


그의 상대는 카라스키야라는 선수였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을 만큼 강력한 상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4전5기의 신화라는 말을 했습니다. 신화라고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 피땀 흘려 노력하고 도전한 결과이지 누군가가 만들어준 신화가 아니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될까, 안 될까 하는 생각이 안 되게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경기에서 지쳤을 때 ‘몇 라운드나 남았을까’를 생각하면 더 지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땡’하는 소리가 날 때 미친 듯이 라운드에 몰입했다고 합니다. 누구도 승리를 점치지 않았던 상황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 샌드백이 ‘ㄱ’자로 꺾일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복서가 히든 챔피언으로, 히든 챔피언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상의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과정이 이러했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될 때 누구나 히든 챔피언, 정상의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히든 챔피언. 저는 2009년의 끝자락에서 이 용어를 떠 올렸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2009년 유행어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 신조어는 헤르만 지몬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기업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작지만 강한 기업, 이런 히든 챔피언이 많아질 때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독일이 지난 8년간 수출부문에서 1위를 이어온 것은 큰 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덕분이며 한국에서 이런 히든 챔피언이 많이 나온다면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1등을 달리는 기업들은 많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며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도, 언론도, 심지어 내로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챔피언 앞에 히든이라는 말을 붙인 것 같습니다.



2009년은 우리 국민의 역량을 확인한 한 해였습니다. 저력을 과시한 한 해 였습니다. 마이너스의 벼랑에서 신음하던 모든 경제 지표들을 플러스로 귀환시키는 성적표를 만들어 냈습니다. 위기의 깊은 터널에서 이를 탈출하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눈앞의 검은 먹구름을 치워가면서 성장기반을 확충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셈입니다.


그러나 놓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한해 내내 정치적, 사회적 혼돈의 잡음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면서도 스스로가 만든 명분을 내세워 서로 다투는데 열중했습니다. 내가 여당이냐 야당이냐, 돈을 더 많이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 지역이 어디냐, 이념이 무엇이냐, 노(勞)냐 사(使)냐에 따라 편을 갈랐습니다. 그래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2010년은 우리의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해입니다. 지금 지구촌의 경제 질서는 재편되고 있습니다. 리먼 브러더스 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진정되면서 주도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입니다.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세계경제질서 재편 회오리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질적인 한국병을 고치지 않으면 성장기반은 허약해 질 것이 뻔한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계속 대립하고 반목하다가는 기회는 우리 곁을 떠나고 위기를 다시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의 매듭을 풀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우리가 만들었고 우리의 손에 의해 미래도 만들어 집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경제가 위기의 파도에서 헤엄쳐 나왔지만 2010년은 결코 녹록지 않은 한해가 될 것입니다. 행복을 저축하는 개인, 희망을 주는 기업이 많은 사회, 그래서 우리 모두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히든 챔피언이 많이 나오는 2010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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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이 오늘부터 충무로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난주 말 충무로 신사옥으로의 이전을 끝내고 오늘부터 새 집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경제신문을 모체로 한 아시아 미디어그룹은 이미 언론계의 히든 챔피언으로서 역량을 길러왔습니다.


앞으로 지구촌의 중심에서 한국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시아경제신문의 현재가 있기까지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은 독자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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