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침체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연말 분위기를 낼 처지가 못 된다. 특히 동유럽 신용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라트비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라트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실업률은 유럽연합(EU) 내 가장 높은 21%에 이른다. 말 그대로 사상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
최악의 경기상황이 이어지면서 라트비아 내에는 소비에트 공화국의 몰락 이후 찾아온 경제 자유화에 대한 실망감과 이를 원망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고 FT는 전했다.
라트비아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탈리스 술크스 씨는 “소비에트 시절에는 상점이 텅텅 비었지만 지금은 가게들에 제품이 가득 차 있다”며 “그러나 그것들을 살 돈이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올들어 소득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웃 국가인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도 비슷한 강도의 경기침체에 시달라고 있지만, 라트비아의 경우 재정 상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라트비아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위원회(EC)에 75억 유로(106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지원을 받은 라트비아는 재정적자를 IMF가 요구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혹독한 비용절감과 증세 정책을 펼치고 있어 라트비아 국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라트비아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의 임금과 연기금을 각각 40%, 10%씩 삭감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라트비아의 한 경찰관은 “정말 살아남기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004년 EU에 가입하기 전 라트비아의 GDP는 EU 전체 평균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60%로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EU 내에서 4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라트비아 경제의 자신감을 점차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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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침체는 금융위기로 촉발됐지만, 라트비아 정치인들의 부패와 파벌주의, 과도한 규제, 불공정한 부의 재분배 등 라트비아 사회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치적 미숙성은 라트비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소수의 러시아 신흥재벌을 뜻하는 ‘올리가르히’가 라트비아 내 정치·경제적 지배권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70%의 순수 라트비아인과 30%의 러시아 계열 라트비아인들 사이의 사회적 분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또 정치인들의 리더십 부족이 신용 버블 시절부터 이미 심각한 재정문제를 야기해 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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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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